[깜언 골프 14] 나이 마흔, 남자 셋, 골프
“미쳤네, 미쳤어.”
김사장과 두 번째 골프 회동을 하는 날이다. 원래는 파주와 포천을 한 번씩 오가자 했는데, 그냥 내가 계속 가기로 했다.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 김사장 졸음운전하면 안 되니까. 직원들 월급 꼬박꼬박 챙겨주느라 항상 격무에 시달리는 그의 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나야 뭐 벼 다 베고 한숨 돌렸으니, 낮잠 좀 자고 가면 되지. 김사장은 친구의 이런 마음 알까 모르겠네.
한 가지 더 친구를 위해 나누고 싶은 게 있으니, 나의 미천한 골프 노하우다. 가르친다는 건 절대 아니고, 그냥, 도토리끼리 구르는 법 공유하면 낫지 않을까 싶어서다. ‘김사장, 그게 말이야’란 말이 목까지 올라왔는데, 감히 할 수 없어, 파주 닭칼국수로 목구멍을 막아 버렸다. ‘그래, 내가 오늘 잘 치면, 한 마디 할 수 있을 거야. 몸으로 보여주자, 몸으로!’ 다짐했다.
인도어 골프장 2층에 나란히 섰다. 몸 풀고 클럽을 잡는데, 나쁘지 않았다. 입도 좀 풀까 싶은데, 이게 웬일? 스윙하면 할수록 공은 자유분방해졌다. 제법 쌀쌀한 날씨인데 땀이 삐질삐질 났다. 반대로 김사장은 “너만 오면 공이 잘 맞는다”며, 싱글벙글. 요즘 퐁당퐁당 한다더니, 너는 오늘 퐁이구나. 나는 당이고. 어쩜 이리 안 맞누. 최근 사서 입고 간 골프 옷이 아까웠다.
“잠깐 쉬었다 하자” 김사장 말에 바람을 쐴 수 있었다. 안 그러면 죽어라 싸우다 장렬히 전사했을지도. 다시 아이언을 잡는데, “우드 한 번 쳐봐” 그가 제안했다. 그러지 뭐, 어차피 안 맞는데. “붕, 탁, 슝” 정말 놀랍게 첫 번째 스윙에 공이 직선으로 그물 중간을 맞췄다. “드라이버?” 물론 삑사리도 많이 났지만, 공이 쭉쭉 뻗어 허공을 날았다. “안기자, 미쳤네, 미쳤어!”
다시 아이언을 잡고 치는데, 아까와 달리 잘 맞았다. 150미터 훌쩍 넘었다, 뭐에 홀린 것처럼. 공을 멍하니 보는데 김사장이 말했다. “인정, 이제 말해도 돼.” 김사장, 걱정 마시게. 입은 적당히 뗄 테니. 우리 말 많으면 꼰대 소리 듣는 나이 아닌가. 집에 돌아와 김사장이 챙겨준 버거왕 햄버거와 맥주 한 잔 했다. 친구 위하는 건 나뿐만 아니라는 생각에, 더 맛있었다. _ 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