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를 집중시켜 부드러움을 이루어
[깜언 골프 15] 나이 마흔, 남자 셋, 골프
“전기치유, 능영아호!(專氣致柔, 能嬰兒乎!)”
김사장과 연습은 여러모로 좋았다. 그중 멀리 날아가는 골프공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 일명 ‘골멍’이 좋았다. 작고 하얀 것이 달빛을 받으며 어둠 속에 사라지는 모습은 아득하고, 고요하며, 평안했다. 이게 그토록 좋은 건, 내 마음이 그렇지 못하단 것. 요즘 주변에 왜 이리도 슬프고, 안타깝고, 힘든 일이 많으냔 말이다. 모든 걱정이 공에 실려 밖으로 나가는 것 같았다.
요새 ‘어른’이란 말이 자꾸 머리에 맴돈다. 어릴 적 어른들은 그냥 쉽게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는 줄 알았는데. 막상 어른이 되어보니 쉬운 것도 없고, 하지 못하는 게 더 많다. 내가 그들의 고통을 알지 못했던 건, 그들이 어린 나에게 말하지 않았던 것. 어른들은 치열하게 살면서도, 행여나 아이들이 알까 봐 짐짓 괜찮은 척했다는 것을, 나이 마흔이 넘으며 알게 되었다.
좋아, 세상을 바꿀 수 없으니, 나를 바꾸겠어. 자기 주도 인생을 살면서, 힘들 땐 골멍을 때리는 거야! 비거리를 늘리면 그 시간이 늘어날 거야. 아무래도 힘을 주어 세게 치면 멀리 가겠지? 걱정과 한숨을 실은 공을 멀리 보낼 생각에 몸에 자꾸 힘이 들어갔다. 힘이 들어가니 스윙의 속도는 오히려 느려졌다. 뭔가 이상한데?! 생각이 한번 꼬이면 몸도 꼬이고, 진땀만 삐질삐질.
그때 도올 김용옥 선생님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귀를 때렸다. “전기치유”, ‘기를 집중시켜 부드러움을 이루어’란 뜻, 운동의 궁극적 목적은 강한 것이 아니라, 부드러운 것이고, 그때야 비로소 최고의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도올 선생님의 노자 강의를 들으며 골프를 배우다니! “능영아호!”(능히 갓난아기가 될 수 있겠는가?) 골프 아기가 아기답지 못하게 욕심만 냈구나!
테스형 말고 노자형에게 인생을 배우고, 골프까지 배우면서, 비거리를 포기했다. 내가 힘주지 않고, 부드럽게 돌려서 닿을 수 있는 곳, 거기까지가 나이고, 나에게 허락된 시간이다. 돌이켜 보면 눈은 항상 멀리 있고, 안 되니까 힘만 썼으며, 여전히 여기 머물러 있는 몸을 탓하기 바빴다.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지. 혹시 알아? 힘을 빼는 모든 시간이 바라던 골멍이 될지도! _ 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