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언 골프 16] 나이 마흔, 남자 셋, 골프
“많이 예뻐졌네.”
초딩들에게 11월 11일은 추석보다 큰 명절이다. 며칠 전부터 준비를 하네, 마네, 누구를 주네, 마네. 당연히 아빠 것은 없고, 부부 사이에 빼빼로를 준 지도 오래됐다.(몇 해 전만 해도 어디서 주워온 거 주는 정성(?)은 있었는데….) 이에 질 새라 누군가 가래떡데이를 만들었고, 달력에는 이날이 ‘농업인의 날’로 적혀있다. 송도 이책임은 회사에서 가래떡을 받았다는데….
괜찮다, 난 외롭지 않다, 나는 골프에 빠졌다, 그리고 고민에 빠졌다. 지난번 파주에서 잘 맞을 때부터 불안했다. ‘이 느낌 잊으면 어쩌지?’ 그래서 서둘러 가까운 인도어 연습장을 찾았다. 아이언은 얼추 맞는데, 우드와 드라이버가 안 맞았다. 잘 안 맞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 카오스. 공이 어디로 가는지 예측할 수 없었다. 이러다 옆에 차도로 나가지 않을까 두려울 정도.
민폐를 미친 듯이 싫어하는 나는 홀로 연습할 필요를 느꼈다. 7번 아이언, 우드, 드라이버를 챙겨 형님 연습장을 찾았다. 아, 나만의 동굴, 나만의 안식처! 클럽과 바람 소리만 가득한 이곳에선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돌아온 형님이 들어오며, “오, 독학한다더니, 많이 예뻐졌네!”라고 했다. “에이, 뭘요!” 했지만, 백스윙한 입꼬리는 내려오지 않았다.
이날은 우드와 드라이버도 제법 맞았다. 아이언은 뭐 후훗! 형님도 옆에서 “와!” 감탄했다. 이제 연습장 가서 빵빵 칠 수 있겠어, 자신감을 안고 돌아왔다. 드라이버 치는 영상을 찍어 골방에 올렸더니, 김사장, 김차장 모두 칭찬했다. 클럽 잡은 지 4개월 만에 이제 한 계단 오른 것인가?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이렇게 가다 보면, 언젠간 자유롭게 즐길 날이 오겠지.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밤에 다시 클럽을 잡았다. 공을 똑바로 치려면 클럽이 일자로 와야겠지? 백스윙에서 처음 내려올 때 팔을 좀 앞으로 펴면, 스윙 궤도가 일자가 될 거야! 공을 향해 최단 거리로 내려오면 스윙도 빨라질 거야. 촤악! 카펫을 스치는 소리가 좋았고, 남은 흔적도 예뻤다. 자정이 다된 시각,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오늘은 빼빼로 아닌 클럽데이다! _ 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