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ronman!(나는 아이언맨)
[깜언 골프 17] 나이 마흔, 남자 셋, 골프
"으아아아아악!!!"
기세등등! 지난밤 스윙의 감을 잡은 내 마음. 인도어 연습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어릴 적 새 신을 신은 것처럼 가벼웠다. 40년 동안 자본주의 물이 들어 비싼 외제차를 보면 나도 모르게 움찔하는데, 오늘은 삼룡이(1톤 화물 트럭)가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없다. 훗, 골프는 클럽이 치는 것도 아니고, 옷이 치는 것도 아니고, 몸이 치는 건데, 타고 간 차가 뭣이 중요하겠는가!
오예! 120, 130미터? 7번 아이언으로 때린 공은 잘도 날아갔다. 이쪽으로 쳐볼까? 저만큼 보내볼까? 방향도 마음대로, 거리도 생각대로, 아, 지금 웃을까 아니면, 감격의 눈물을 흘릴까. 이제는 우드를 쳐볼까? 어? 어? 어쩌면 이렇게 안 맞지? 치는 족족 빗나갔다. 아니, 제대로 맞지도 않았다. 클럽은 바닥을 때리고, 공은 옆에 있는 그물망은 흔들고, 마음은 땅을 쳤다.
심기일전! 원래 우드가 어려운 거야. 골프는 심리와 마음 상태가 중요하다고 그랬어. 한숨을 푹푹 내쉬며 펄펄 끓기 시작한 분노를 잠재웠다. 그리고 드라이버를 잡았다. 원래 드라이버가 우드보다 잘 맞았으니, 또 며칠 전 특훈을 했으니 잘 맞을 거야,라고 생각했으나, 그건 내 생각이고. 우드보다도 더 안 맞았다. 공의 방향이 상하좌우 360도, 말 그대로 혼돈 그 자체였다.
설상가상! 언제부턴가 드라이버를 치기 시작한 뒤편 남자 공은 쭉쭉 잘도 뻗어나갔다. 공교육을 성실히 받았을 뿐인데, 부지불식간에 경쟁이 뼛속 깊숙이 새겨진 나…. 어른이 되어서 그러지 말자고 하면서 나아졌는데, 내가 몰리는 상황이 되면, 나도 모르게 경쟁 모드 ON! 얼굴도 모르는 남자의 드라이버 샷이 내 뼈를 때렸다. 그럴수록 내가 친 공은 힘도, 방향도 잃었다.
4개월 전, 김사장에게 처음 골프 스윙을 보여주고 면박을 받은 이후, 오랜만에 쥐구멍을 찾고 싶었다. 이대로 돌아갈 수 없어 다시 아이언을 잡았다. 아이언은 거짓말처럼 잘 맞았다. 150, 160미터?! 하하, 나는 강한 남자, 아이언맨인가?! 드라이버 같은 아이언샷을 보여주지! 역시 내가 싸울 건 오직 나뿐! 드라이버로 받은 상처, 아이언으로 위로받았다. 그런데, 그날 밤…. _ 안기자
- 사진: 영화 <아이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