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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효원 Dec 04. 2020

이게 나라니?!

[깜언 골프 18] 나이 마흔, 남자 셋, 골프

“내가 나를 비웃었어!!”     


아이언맨이라 자기 위안을 했지만, 우드와 드라이버의 충격은 가시지 않았다. 쓰린 속은? 맥주가 최고! 두 캔 먹었는데도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좋아, 원인을 파헤쳐보마. ‘그것이 알고 싶다’는 심정으로 유튜브에서 ‘드라이버’를 검색했다. 하나만 찾아도 줄줄이 따라오는 이 놀라운 메커니즘. 그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수많은 프로들의 레슨들도 유심히 들었다.     


자정쯤 됐을까? 한 남자가 스윙의 궤도에 대해서 선을 그으며 설명을 했다. 1번은 좋은 스윙, 2번은 나쁜 스윙. 유감스럽게도 나는 2번, 찍어 치는 스윙과 모양이 같았다. 내가 지금까지 잘못 쳤구나.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를 위해 나도 모르게 스윙이 슬금슬금 앞으로 갔고, 아이언은 얼추 맞았으나, 드라이버는 점점 멀어졌다. 불편한 진실을 안 순간, 울까, 웃을까.     


저런 스윙을 못 본 건 아니다. 박하림프로는 시간이 날 때마다, “하지 마세요, 좀!” 하면서 앞으로 엎어 치고, 찍어 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때마다 나는 ‘누가 저렇게 쳐, 개 웃기네!’하며 비웃었다. 내가 나를 비웃고 있었던 셈이다. 내가 그럴 거라고는 1도 생각지 못했는데…. 시골의 밤은 조용하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흐릿한 불빛 아래서 나는 골프 참회록을 썼다.     


골프를 독학으로 시작한 지 꽉 찬 4개월, 그동안 내가 잘못된 길을 걸었단 생각에 슬프기도 하고, 나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스스로 잘못을 찾았으니, 그리 헛된 시간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확실한 건, 마음이 많이 낮아졌다는 것.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 ‘운동 신경이 좋은 나는 남보다 빠르게 잘 칠 거야’ 하는 기대와 욕심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     


골프는 시작이지만, 인생은 절반쯤 온 나이 마흔의 지금, 오류는 없는지 돌아봤다. 당연히 있지. 나는 아는 것보다 말 잘하고, 남들한테 인정받는 스타일. 방법은 쉽다. 남들 얘기 잘 듣고, 양보하면 그만. 그런데 그러다 보니 몸도 아프고, 행복하지 않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속에 갇히기도 한다. 이제 그러지 말자. 말보다 몸이 앞서자. 비틀거리며 마이 웨이를 찾자. _ 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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