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언 골프 19] 나이 마흔, 남자 셋, 골프
‘너무 서두르지 말아요.’
‘찾아야 해, 찾아야 해.’ 나의 스윙이 완벽하게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새길 찾기에 매진해야 했지만, 나는 새 클럽 찾기에 몰두했다. 당*마켓에서도 찾아보고, 온갖 골프 중고사이트를 뒤졌다. 그런데 이것도 쉽지 않았다. 몇 날 며칠을 걸려 단조와 주조(헤드), 스틸, 경량스틸, 그라파이트(샤프트)의 차이를 알았다. 브랜드도 많고, 가격도 천차만별, 김차장에게 SOS 쳤다.
김차장 쓰는 건 T사의 아이언. 시리즈가 몇 개 있는데, 감히 큰 형님과 같은 레벨의 것을 살 수는 없고, 좀 낮은 단계의 712 AP2가 눈에 들어왔다. 가격은 중고로 30만 원대 중반. 내 실력에 과분한 것 같지만, 나는 스스로 마법을 걸었다. ‘만 오천 원짜리로 끝낼 수 없잖아? 언제 바꿔도 바꿀 건데, 지금은 왜 안돼? 한해 열심히 살았는데, 생일 선물로 이 정도 줘야지.’
아내에게 말하자, ‘인생 구질구질하게 살지 말라’며, 당장 살 것을 명령했다. 좋아, 사는 거야! 다음날 하루 종일 택배를 기다렸고, 온 가족을 불러놓고 언박싱. 중고라고 하지만, 헤드도 깨끗하고, 무엇보다 경량스틸의 은색 빛깔이 반짝반짝 빛났다. 좋아하는 모습이 누가 봐도 초딩. 전에 쓰던 아이언이 질투했지만, 미안해, 우린 여기까지야. 내 못난 모습 다 갖고 떠나 줘….
동굴로 향했다. 날이 많이 추워졌는데,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형님은 아직도 볼 수 없다. 일단 마지막으로 만 오천 원이랑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그걸로 쳤는데, 역시. 자, 이제 새 인연과 한 번 해볼까? 역시, 안 되네…. 오히려 더 안 맞는 것 같았다. AP2가 중급자용이라더니, 나는 아직 무리인가. 안 맞으면 조급해지고, 조급해지면 막 휘두른다. 그때 작은 소리가 들렸다.
“같이 춤출래요?”
그녀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여인. ‘너무 서두르지 말아요. 골프 오늘만 칠 거예요? 인생 길어요! 화내지 말고, 살살 잡아줘요.’ 나는 어떤 저항도 할 수 없었다. 카를로스 조빔의 ‘The Girl from Ipanema’를 틀고 덩실덩실 춤을 추며, 스윙! 춤을 추니 몸에 힘이 빠지고, 힘을 빼니 (느낌상) 더 잘 맞는 것 같다. 이 클럽 결재해준 여보야, 고마워. 나 골프 바람만 날게! _ 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