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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효원 Dec 14. 2020

못 웃게 해 주겠어!

[깜언 골프 20] 나이 마흔, 남자 셋, 골프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인가 봐….”  

   

심기일전, 김사장을 만나러 가는 내 마음. 이번이 세 번째, 뭔가를 보여줄 때도 됐지. 일주일 전, 지난 4개월의 결과를 과감히 포기하고, 새 출발을 다짐했다. 이번엔 진짜 뭔가 되는 것 같았다. 코로나 19가 확산되면서, 저녁은 사무실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나의 시행착오와 새로운 학습 결과를 전수했다. 이래이래, 조래조래, 김사장은 ‘이건 거의 프로인데’라며 감탄했다.     


먼저 증명할 필요가 있지. 나는 주둥이만 까는 놈이 되고 싶지 않으니까. 그동안은 내가 김사장 뒤에 섰는데, 이번에는 앞에 섰다. 훗, 잘 보고 배우시지. 먼저 7번 아이언으로 가볍게 시작했다. 역시, 잘 맞았다. 등 뒤에서 무언의 감탄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찍어 칠 때보다 비거리는 줄었지만, 정확한 방향으로 갔고, 탄착군이 일정하게 형성됐다. 잘 보고 있느냐?     


김사장, 이건 말이야, 김사장, 그게 아니라, 틈틈이 뒤를 돌아 김사장에게 (내 입장에선) 최소한의 조언을, (김사장에게는) 그냥 잔소리를 했다. 뭐, 알아듣는 것 같기도 한데, 표정이 안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날 의심하는 건가? 좋았어, 이번엔 드라이버를 보여주지. 의심의 눈빛은 곧 사라지게 될 것이야, 하고 시작했는데, 맞는 족족 슬라이스, 그물의 오른쪽 구석을 맞췄다.     


자기 분량을 마친 김사장은 어느새 내 뒤로 와 구경하기 시작했다. 굳어졌던 표정이 내가 치면 칠수록 밝아졌다. 그리고 말했다. “안기자,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인가 봐. 네가 안 맞으니까 자꾸 웃음이 나.” 그러면서 웃는 표정이 오늘 본 중에 가장 밝다. 발끈한 나는 선언했다. “좋았어, 못 웃게 해 주겠어!” 나쁜 마음은 아니고, 오늘 말을 많이 했는데, 다 허언이 되잖아.     


팍! 팍! 힘을 줄수록 공은 비뚤어졌고, 김사장은 고등학생 시절의 웃음을 회복했다. 심지어 내 자신감에 기대를 걸고 보던 옆 아주머니도 피식하고 웃었다. 김차장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안 맞으면 그냥 웃어, 하하하!’ 하하하, 우리는 미친놈들 마냥 크게 웃었다. 그나마 잘 맞은 영상을 김차장에게 보냈는데 답이 왔다. “근데 어드레스가 왜 그렇게 수그리고 있는겨.” _ 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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