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언 골프 21] 나이 마흔, 남자 셋, 골프
“알통과 찌찌 대박이다.”
정신없는 저녁, 김사장에게 문자가 왔다. ‘7번 아이언 120미터, 5번 아이언 150미터’, 그리고 마지막엔 “행복해.”란 말이 덧붙여졌다. 그동안 비거리가 나오지 않아 고민했는데, 이날은 쭉쭉 날아갔다는 것이다. 흥분이 가시지 않았는지, 집에 가는 길에 내게 전화했다. “골프 시작하고 오늘이 제일 신나.” 친구의 고조된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듣고 있는 내가 다 기뻤다.
이름만 들으면 좀 그런(?) ‘알통 찌찌’의 시작은 전날 밤이다. TV를 보면서 골프 공부를 하고 있는데, 이렇게 하면 어떨까 싶어서, 왼팔을 왼 가슴을 미는 기분으로 백스윙을 해봤다. 뭐가 스윽 스치고 가는데, 뭐지 이 느낌은? 너무 좋았다! 좋은 건 나눠야지. 다음 날 아침 바로 톡 했다. “김사장! 왼팔을 쭉 펴고 팔 안쪽 즉 알통으로 왼 가슴 즉 찌찌를 밀고 올라가는 거야!”
백스윙을 시작할 때 도대체 어디에 힘을 주고,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런데 이렇게 하니 허리도 잘 돌아가고 좋았다.(나중에 안 거지만, 이 방식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왼 어깨로 백스윙을 시작하는 게 맞으나, 그때는 스윙 궤적이 너무 작았다. 백스윙을 할 때는 어드레스의 팔 각도 그대로 오른쪽 허리까지 올라와야 한다. 이때 코킹이 되면 절대 안 된다.)
이날이 선명하게 기억나는 건, 그날 본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 때문이다. 3년 전인가? 우연히 1회를 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2개의 시즌, 117회의 본방, 그리고 유튜브 라이브 방송까지 모조리 봤다. 그런데, ‘언론 개혁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라던 방송이 2주 후에 종영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과정에서 비정규직 직원들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단다.
KBS 본사는 ‘프로그램 개편은 관행상 있는 일이고, 법을 어긴 것은 없다.’는 골자의 안내문을 올렸다. 이게 납득이 되니, 납득이? 어느덧, 그렇지 않기를 바랐는데,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된 나이가 되었다. 세상에 법을 지키며 나쁜 짓 하는 놈들이 많다는 것을. 이제 말과 행동은 신뢰하지 않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너무 순진하게 살았다. 기쁘지만, 울고 싶었다. _ 안기자
- 그동안 좋은 방송 해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 전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