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언 골프 22] 나이 마흔, 남자 셋, 골프
‘자꾸 싸우고 싶어요!’
여태껏 이런 노력은 없었다! 골프를 잘 치고 싶은 마음에 공부에 연구를 거듭했다. 이 정성을 대학교 때 했으면 문학평론가가 되었을지도…. (대학생 때 한 거라곤 술 먹고, 야구 하기. 그래도 국문학 학사를 허락해준 학교에 감사.) 틈틈이 하루 5시간 이상 고민한 끝에, 어드레스와 백스윙의 원리를 깨우쳤다.(어디까지나 원리, 나중에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또 깨달음.)
기쁜 소식은 나눠야지. 김사장, 김차장에게 서둘러 “백스윙의 원리를 깨우쳤어.” 메시지를 보냈다. 심지어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개 이모티콘까지 덧붙여서. 그러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음, 친구들은 일하는 시간이라 그런 거야. 모두 잠든 시간까지 골방(골프 톡방)은 조용했다. 잠들기 전, 고요한 어둠 가운데 다짐했다. 이 몸으로 직접 보여주겠어. 진짜 아무 말 못 하게.
형님 연습장에 가서 고독한 싸움을 시작했다. 참 희한도 하지. 집에서 하면 스윙이 거의 프로급으로 나오는데, 공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이리도 작아지는가. 언제나 그랬듯, 공을 치기 시작하면, 자신감은 급하락 하고, 몸은 더 딱딱해졌다. 또 하나의 클럽인 줄. 울고 싶었다. 지금 못하면 또 거짓말을 한 셈인데. 그동안 몇 번의 설레발로 친구들은 나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이대로 양치기 아저씨가 될 수는 없어! 눈에 힘주고, 몸에 힘주고, 주먹 날리듯 휘둘렀다. ‘몸에 힘을 빼야 한다.’는 조언은 생각나지 않았다. 결과는 빤한 일. 안 맞던 게 더 안 맞았다. 그때, 클럽이 말을 걸었다. ‘여기 싸우러 왔어요? 나 지금 너무 무서워요.’ ‘미안해요. 그런데 안 맞으면 자꾸 싸우고 싶어요! 내 노력에 물거품이 되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단 말이에요.’
토닥토닥…. ‘잘 안 된다고 잘못한 건 아니에요. 그런데 그렇게 싸우다 진짜 잘못되기라도 하면….’ 촉촉한 음성에 정신을 차렸다. 그래, 좋자고 하는 건데, 골프도, 인생도 투쟁은 아니잖아?! 어른 되고 싸울 일이 한둘이 아니다. 싸우다 보면 해결은커녕 싸움은 더 큰 싸움을 낳았다. ‘이름 하나 지어주고 싶어요. 부쟁(不爭) 어때요? 싸우지 않는다.’ ‘네, 촌스럽고 좋네요.’ _ 안기자
* 메리 크리스마스!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잠시라도 싸움이 멈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