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언 골프 25] 나이 마흔, 남자 셋, 골프
*<깜언 골프> 신년 특집으로 남자 셋에서 막내를 담당하는 김사장의 글을 싣습니다.
작년 1월 나는 난생처음 해외여행이란 것을 가게 되었다. 그것은 다분히 즉흥적이었고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베트남에서 주재원을 하고 있는 김차장에게 놀러 가자고 안기자가 꼬신 것이다. 파주에서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나는 좋은 기회를 감별하는 것이 사업가로서의 중요한 자질이라 늘 생각해 왔으며, 이것이 나에게 찾아온 아주 좋은 기회라는 것을 직감했다.
안기자에게 제안을 받고 즉시 베트남 여행을 위한 판을 짜기 시작했다.(도대체 어떤 아내가 동남아에 남자 셋이 놀러 간다는데 순순히 보내주겠는가!) 직원들 명절 선물로 안기자가 직접 추수한 쌀을 주기로 결정하고 그가 트럭에 쌀을 싣고 왔을 때, 안기자를 앞세워 우리의 계획을 아내에게 들려주었다. 다행히 아내는 평소 그의 성실한 삶에 후한 점수를 주어왔고, 흔쾌히 우리의 여행을 허락해 주었다.(마느님 감사합니다.)
그렇게 베트남에서 4박 5일간의 여행을 다녀왔고 안기자가 <깜언 베트남>에서 기술했듯이 모든 게 좋았다. 당연히 다음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고, 김차장은 우리에게 골프를 배우라는 특명을 내렸다. 다음에 베트남에 오면 라운딩을 하자며. 여행이 갑작스러웠듯이 골프도 그렇게 갑작스럽게 시작되었다.
마침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지원금이 들어왔고 아내와 나는 이 자금을 이용해 무언가 배우는 것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골프연습장에 등록을 했고, 아내는 피아노 학원에 등록했다. 처음 연습장에 들어가서 레슨프로 선생님에게 골프채 잡는 법부터 배우기 시작해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갈비뼈에 금도 가고, 손바닥에 굳은살도 박이고, 온갖 근육통과 싸워가며 악전고투를 해오고 있다. 여전히 공은 잘 맞지 않고, 어제 잘 되던 스윙이 오늘은 잘 되지 않는다. 필드는 언감생심. 언제나 나가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즐겁다! 매일 헤매고 매일 절망하지만 연습하는 과정이 너무나 즐겁다. 잘 맞으면 잘 맞는 대로 안 맞으면 안 맞는 대로 즐겁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즐거움을 참 오랜만에 느껴본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어디를 갈 수도 누구를 만날 수도 없다. 이 갑갑한 상황에서 골프는 나의 삶에 큰 활력소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그 배움의 길에 함께하는 동무가 있어 더욱 즐겁다. 연습장에서 연습을 마치고 나올 때면 안기자에게 전화를 한다. “오늘은 잘 맞았네 ㅎㅎ” 이런 식으로 그날의 느낌과 정보를 나눈다.(안기자는 골프 이론가) 나중에 필드도 나가게 되고 또 다른 즐거움이 생기겠지만, 지금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좋다.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_ 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