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는 스스로 그러함을 본받을 뿐이로다.’(道法自然)(<노자가 옳았다>(김용옥, 2020))
골프가 내 삶에 들어온 지 반년이 지났다. <깜언 골프>의 출발은 이보다 반년을 더 올라간다. 지난 1월, 베트남에 있는 김차장을 만나러 김사장과 동행한 여행은 인생의 전반기를 마친 나에게 큰 선물이었다. 내가 술에 취했을 때 한 얘기라 그런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김차장은 우리에게 골프란 ‘숙제’를 주었고, 7월에 돼서야 김사장과 나는 (마지못해) 골프를 시작했다.
숙제라 하기에 골프는 너무나 즐겁다. 좌절의 순간도 많지만, 두 주먹 불끈 쥐고 쾌재를 부른 적도 많았다. 어느덧 중년의 사내, 이런 살 떨리는 재미를 어디서 느낄까. 남자 셋 첫 라운딩은 2021년 1월 하노이에서 하기로 약속했다. 베트남에서 김차장 민망하지 않게 하려고 부지런히 연습했다. 코로나19가 진행되는 가운데도 8월까지는 그 희망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9월에 벼를 베면서 하면서 1월 베트남 라운딩은 마음을 접었다. 확진자가 매일 1천 명이 나오면서 12월에 만나기로 한 김사장과의 약속도 취소했다. 뭐, 아쉽지만, 받아들여야지. 그럴만한 나이도 됐지. 골프 재미에 탄력이 붙은 나는 방구석 연습을 더 열심히 했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하면서, 약속이 너무 지연되지 않기를 기도했다.(이 시기에 모두 한 마음이 되기를….)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 싶어 KF94 마스크를 끼고, 사람 없는 시간에, 인도어 연습장 구석에 처박혔다. ‘오늘은 드라이버가 좀 맞으면 좋겠다.’ 바랐지만, 꿈이 언제나 현실이 되는 건 아니다. 나름 연구하는 독학 골퍼로서 요래조래 몸을 바꿔봤지만, 공은 일관되게 제멋대로 날아갔다. 연말인데, 희망을 보고 싶었는데, 마음이 주저앉은 건 우중충한 날씨 탓만은 아닌 듯.
그날 밤, 박하림프로의 레슨 제목이 ‘드라이버 정타 너무 쉽다’였다. 그는 외쳤다. “하지 마세요, 좀!” 괜히 다리를 접고, 몸을 돌리고, 이런 거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치는 데에만 집중하라는 것. 아, 나 그동안 생각이 너무 많았구나. 맞지도 않는 것들을 하라고 몸을 자꾸 내몰며 살았다. 휘둘러 보니 훨씬 편했다. 앞으로 이렇게 쳐야지. 이제야, 자연스럽게, 다시 출발! _ 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