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이 며칠 안 남은 어느 날, 김차장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주기로 했던 드라이버가 깨져 새로 사야 할 것 같다는…. 큰 형님은 골프의 세계에 진입한 친구에게 격려의 차원에서 자기가 쓰던 골프채를 선물하기로 했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최신형, 요즘 가장 핫하다는 클럽을 샀는데, 그거 사려고 나 주기로 한 건 아닌지, 나는 절대로 의심하지 않았다. 좋은 놈이니까.
아, 이것은 나도 새 걸 사라는 계시인가?! 새해 벽두부터 폭풍 검색이 시작됐다. 아이언 살 때도 그랬듯, 클럽 잘알못인 나는, 생각보다 훨씬 더 넓은 드라이버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렸다. 바로 그때, 강남 갔던 제비, 아니 파주의 김사장이 좋은 소식 하나 물어왔다. 지인을 통해 조금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10년은 쓸 건데, 새 걸로, 좋은 걸로 장만하자꾸나.
어떻게 형님과 같은 걸 쓸 수 있겠어? 실력이 멍멍이 판인데 클럽만 좋으면 뭐하나? 등의 고민은 영하 20도를 밑도는 추위 속에서도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질렀다. 소리도 질러! 며칠 후, 밤늦은 시각, 택배 기사님이 어둠을 뚫고 집에 선물을 가져다주셨다. 아이들이 기다리는 산타 할아버지보다 더 반가웠다. 박스를 여는데 기쁘게 잔디밭을 걷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녀는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왜 이제야 자기를 찾았냐는 듯….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반가워요 미상 씨.’ 박미상(朴美想), 나에게 밝은 미래를 상상하게 만드는 동반자. 며칠 전에 지어놨던 이름. 그녀는 다시 웃었다. ‘이름이 참 마음에 들어요. 앞으로 잘해봐요, 우리. 내가 멀리까지 데려다 줄게요.’ 네, 우리 오래오래 함께해요. 머리 깨지는 일 없게 할게요. ‘방긋.’
‘저기요.’ 그때 아이언이 떼로 나를 불렀다. 네? ‘제 이름도 새로 지어주면 안 될까요? 부쟁은 좀….’ 아, 그런가요? 싸우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간절해서 그만. 그렇다면, 미정은 어때요? 아름다울 美, 마음 情. 아무리 맞는 말도 마음이 곱지 않으면 개똥이 아닌가! ‘네, 부쟁보다 뭐가 못하겠어요.(방긋)’ 그렇게 미미 시스터즈와 2021년을 시작했다. 별일 없이 살아보자꾸나! _ 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