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언골프 30] 나이 마흔, 남자 셋, 골프
“번쩍!”
난데없는 불꽃놀이에 깜짝 놀랐다. 공이 불을 뿜으며 날아가면 좋으련만, 바닥에 있는 쇠에 헤드가 부딪혔다. 스크린 연습장에 아무도 없는 것이 다행이다. 며칠 전, 9홀 퍼블릭 코스를 돌고 와서 의욕이 앞섰다. 스크린 골프 2주 차, 정답을 알아서 휘두르는 건 아니고, 틀린 것을 하나둘 제하며 홀로 길을 찾고 있다. ‘제멋대로’도 하나의 방법이었는데, 이것도 아닌가 보다.
집에 와서 보니, 미상 씨의 머리핀이 안 보였다. 무게 중심을 바꿔주는 텅스텐(?) 추였는데. 자세히 들어다 보니 머리 위쪽에 작은 균열(크랙)도 생겼다. 그동안 좀 찌그러진 건 애교였다. 하아, 괜히 제멋대로 힘만 잔뜩 주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구나. 같이 라운딩 한 나이 지긋한 선배님의 말이 떠올랐다. 천고마비. 천천히, 고개 숙이고, 마음을 비우고. 왜 이제야 생각나니?
드라이버 택배를 포장하고, 트랙터 쟁기를 로터리로 바꾸러 갔다. 논은 갈았으니, 이제 로터리를 쳐야지. 이것도 새로 산지 얼마 되지 않아 낯선 거지만, 혼자 해보고 싶었다. 얼추 되는 거 같아서 돌렸는데, 득득, 소리가 좋지 않다. 뭐가 잘못된 건지도 몰라 기술자를 불렀더니, 연결고리를 너무 깊이 꼈다는 거다. 골프나, 일이나, 괜히 무식하게 힘만 쓰다가 다 깨 먹었다.
3개월 된 드라이버는 병원 가고, 4개월 된 트랙터는 수리해야 하고. 다행인 건, 속이 별로 상하지 않다는 것. 예전 같았으면, 의도와 상관없이, 나의 무지와 실수를 탓하며 괴로워했을 텐데. 이제는 정답을 알고 가기보다는, 틀린 것을 몸에 새기며 내 길을 찾는 게 좋다. 고칠 수 있다는데, 굳이 슬퍼할 필요까지야. 주인 잘못 만나 고생하는 미상 씨한테 미안할 뿐이다. _ 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