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트럭>(가이 리치, 2021)
뺏으려는 자들과 지키려는 자들이 있다. 그 목표는 현금 수송 차량. 권총 찬 두세 명의 경호원은 중무장을 한 강도들에 비해 늘 열세였다. H(제이슨 스타뎀)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는 다른 경비들처럼 적을 만난다고 당황하지 않는다. 평소 무표정했던 그의 얼굴은 무섭도록 차가워지고, 날카로운 빛을 발한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지키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찾듯이.
작품은 재밌는(?) 액션영화다. 액션 쾌감이 높아지려면, 양쪽의 힘의 균형이 팽팽해야 하는데, 딱 그렇다. 잘 훈련된 사람들과 정체를 알 수 없어, 능력의 끝을 알 수 없는 사람. 또 각 진영이 하나가 되는 게 아니라, 이해관계가 얽혀 이야기가 복잡해지면서, 긴장감은 높아진다. 무엇보다 한발 빠른 손놀림은 볼 때마다 깜짝 놀란다. H의 첫 번째 총격에 내 마음은 사로잡혔다.
좋은 액션을 보면 신이 나야 하는데, <캐시트럭>은 보면 내내, 보고 나서도 마음이 무겁다. 그래서 빨려 들어갔으면서도 ‘재밌다’는 표현을 쓰기가 영 어색하다. 영화의 분위기가 어둡고, 주인공의 상황이 절박해서 그런가? 싶다가도 그게 다가 아닌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마도 돈을 좇아 달려가는 사람들이 죽고 죽이는 이야기가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나는 태생적으로 승부욕이 없고, 소유욕이 덜하다. 그래서 시골서 잘살고 있지만, 경쟁 교육과 소비 사회 덕에 아무런 욕망이 없지는 않다. 많이 갖지는 않더라도, ‘나의 시간과 노동이 <반드시> 일정 돈으로 환산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성실이 미덕이고, 돈은 그의 보답이란 관념은 나를 이곳 아닌 저곳으로 밀어냈고, 걷다 보면 달리게 했으며, 이내 불안하게 만들었다.
결론은 ‘나’의 길 잃음. 40대 가장으로 열심히 살지만, 이게 바라는 삶인가 질문에 마주할 때, 아무 말할 수 없다.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 캐시 트럭과 멀어지는 것. 지금 먹고살 만하다면, 내가 거기에 달려들 이유는 없다. 돈이 되던, 돈이 되지 않던, 나는 내 일(길)을 하(가)면 된다. 멀어지는 사람이 많아지면, 달려드는 사람도 좀 나아지지 않을까. 바이바이, 캐시트럭!
그들이 간다고, 나까지 갈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