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오브 더 월드>(폴 그린그래스, 2020)
“우린 모두 상처 받고 있습니다. 아주 힘든 시기지요.”
We are all hurting. These are Difficult times.
키드 대위(톰 행크스)는 뉴스 읽어주는 사내이다. 남북전쟁에 참가했다가 끔찍한 현실을 보고는,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신문을 들고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며, 며칠(혹은 그 이상) 지난 새로운 소식을 전한다. 사람들은 그의 입에 귀를 기울이지만, 늘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세상이 언제나 자기 마음대로 굴러가는 건 아니니. 전쟁 같은 현실을 사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
텍사스에 가서, 전쟁에 승리한 북군의 소식을 전할 때, 패배한 이들은 야유한다. 피와 땀을 흘려가며 일군 땅을 아무것도 한 것 없고, 해준 적 없는 정부에 넘기라니.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적대감이 극에 달한 순간, 키드 대위가 말한다. “우린 모두 상처 받고 있습니다. 아주 힘든 시기지요.” 적의는 고통을 견디는데 아무 도움이 안 되는 걸 알았는지, 이내 잠잠해진다.
사내의 고민은 이런 거였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전쟁과 고통이 가득한 세상, 희망이 있을까? 그때, 소녀 조한나를 만난다. 독일인 이민자의 딸로 인디언의 손에 자라다, 살육당하고 홀로 남겨진 아이. 키드는 아이를 큰아버지 집에 데려다 주기 위해 아주 먼 길을 떠난다. 고생길이 빤하지만, 어차피 삶은 고통이니. 어쩌면,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 갖기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
마차에 나란히 앉아 끝없이 펼쳐진 길을 걸으며 둘은 서로 다른 말로 대화를 나눈다. 키드는 영어를 가르쳐주고, 조한나는 인디언 말을 알려준다. 중년의 사내는 아이에게 자신의 언어를 배우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마차에 나란히 앉았듯, 그들은 서로 같은 존재의 무게를 갖고 서로를 대한다. 땅은 평평하고, 하늘은 위에 있지만, 결국 하나 되어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처럼.
키드는 앞으로 향하기 위해 아픈 기억은 잊어야 한다고, 조한나는 과거가 없는 여정은 나의 길이 아니라고 한다. 누구의 말이 전적으로 옳지도, 틀리지도 않은 상황, 둘은 서로의 마음에 공감한다. 모래바람이 한바탕 지나가고 났을 때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의 생사여부와 얼굴의 미소뿐. 상처 받고 힘든 시기를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웃음(유머)과 나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