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룩 업>(아담 맥케이, 2021)
하루의 하루. 이 말을 여기서 쓰다니. 3년 후 시작할 북스테이 이름으로 쓰려고 고심 끝에 마련한 건데. 물론 아내에게 말하면 3초 만에 까이겠지만. 요즘 하루가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시간이란 생각이 든다. 또 하루는 1년을 또, 전 인생을 담고 있다. 즉, 하루의 하루를 사는 것이 보통의 보통인 내가 잘 사는 법. 뭐? 그러니까 그 모양 그 꼴에 발전이 없는 거 아니냐고?
한 연구원과 교수가 6개월 후 거대한 혜성이 지구에 충돌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 결과는 인류 종말. 즉각 백악관을 찾아가지만, 대통령은 눈앞에 닥친 중간선거에만 관심이 있다. 핵심 관계자는 그들이 유명 대학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실실 쪼갠다. 또 언론은 시청률과 자신들의 명성이 더 중요하며, 온라인에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린 연구원을 조롱하는 밈이 가득하다.
혜성이 지구로 향하는 속도만큼 작품은 빠르게 흐른다. 그 속에 보이는 사람들, 특히 좀 방귀깨나 뀐다는 이들의 모습은 한 마디로 ‘가지가지’. 오늘 하루를 담보로 빠르게 발전한 이 사회의 풍경이다. 이게 발전인가?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개벽대행진’을 마친 도올 김용옥 선생님은 말한다. ‘발전, 진보의 결과가 뭔가? 결국 쓰레기 많이 생산해 농촌에 버리는 거 아닌가?’
우주선에 핵을 실어 혜성의 궤도를 수정하려는 시도가 결실을 맺을 찰나, 갑자기 ‘우주’가 쑥 들어온다. 혜성에 희귀 광물이 있음을 알아챈 (매우 과학적이고 돈 많은) CEO가 찾아와 대통령을 만나면서, 우주선은 방향을 튼다. 자신들의 기술로 혜성을 분해해 지구에 떨어뜨리고, 이익을 보자는 건데, 이 순간이 바로, ‘기술’과 ‘자본’, 그리고 ‘우주’가 만드는 최악의 삼위일체.
사실, 우리는 지금처럼 살면 지구가 오래 못 버틸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주로 향하면 새로운 가능성을 열릴 것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설이고, 간다고 해도 나 같은 사람 태워주기 할까? 결국 경각심은 무너지고, 사회는 갈라지고, 계속 빠르게 가다, 머지않아 절벽에서 뚝! 과학과 자본이 만드는 핑크빛 미래? 우주까지 쓰레기장으로 만들 셈이냐?
지금부터 스포일러 있습니다.
이미 세상은 반으로 갈라져 있고, 기술 자본을 불신한 이들도 할 만큼 했지만, 혜성은 지구 가까이서 밝게 빛난다. 무섭도록 아름다운 그 빛을 본 교수는 가족들과 둘러앉아 손을 잡고 서로의 기운을 느낀다. 인류 종말의 때, 아니 죽음의 순간 나는 어떨까? 지금 아니라면 그때 가능할까? 하루의 하루를 살면서 시간이 점점 느리게 가는 걸 느낀다. 손잡을 시간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