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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효원 Jan 12. 2022

딸에게

<무브 투 헤븐>(김성호, 2021)


“아빠, 내 이름 뜻이 뭐야?”


딸아, 며칠 전 둘이 쌀국수 먹으러 가는 차 안에서 네가 물었지? 어질 인(仁) 자인데, 어질다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이해하기 쉬운 글자는 아니야. 사실 아빠도 ‘엄하다’ 뭐 그런 걸로 오랫동안 알았으니까. 쉽게 얘기하면, 다른 사람을 잘 이해하는 마음이야. 누군가를 잘 알려면 자세히 들여다봐야겠지? 자세히 보려면 사랑해야겠지? 음, 아빠가 드라마 얘기 하나 들려줄게.


<무브 투 헤븐>은 유품 정리사의 이야기야. 유품은 사람이 죽으면서 남기고 간 물건들을 말해. 보통 가족들이 그걸 정리하는데, 그걸 해줄 사람이나 마음이 없으면 이 사람들을 불러. 그러면 유품 정리사들이 와서 물건도 정리하고, 방도 청소해주지. 그 사람들은 ‘OO님의 마지막 이사’라고 부르더라고. 다른 사람들은 그걸 더럽고 무서운 일로 생각하는데, 이들은 다르더라.


주인공은 스무 살 오빠야. 이름은 한그루. 원래 그루 오빠 아빠랑 같이 했었어. 근데 아빠 한정우 씨가 아파서 먼저 세상을 떠났고, 삼촌과 나무 언니랑 같이 하지. 이들은 돌아가신 분들이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이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흔적을 지우기보다, 남겨진 물건을 잘 살피면서 그 메시지를 찾아. 그들에겐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마음을 알아주는 소중한 일이야. 


그루 오빠는 매우 천천히 정리를 해. 빠르게 하다 보면 남겨진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없으니까.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것들은 오빠는 본다. 아빠는 그걸 사랑이라고 생각해. 이 땅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죽어서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인(仁)의 마음. 이제 열 살이 된 우리 딸이 이해하기 쉽지는 않지? 지금은 몰라도 돼. 천천히, 천천히, 천천히 알아 가면 되니까.


딸은 아빠랑 닮은 게 하나도 없다고 말하지? 그런데 <무브 투 헤븐>을 보면서 같은 걸 찾았어. 눈물이 나기 전에 입꼬리가 내려와 삐죽하는 거. 아빠도 드라마 보면서 엄청 그랬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딸이 더 좋아지고 있어. 그루 아빠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아. 처음에는 형을 미워하던 삼촌이 조금씩 변하는 모습도 참 좋더라. 서로 위하는 마음, 참 귀해.


안효원 아빠가 안재인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아빠는 딸이 마음껏 가지를 펼치면 좋겠어. 너 가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일할 땐 마음을 다해서 하는 거야. 그리고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 마음을 헤아려주렴.’ 그루 오빠가 그랬던 것처럼, 어른이 되면 아빠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그건 아빠의 몫이겠지. 그때도 곁에서 “참 잘했어요.”라고 말할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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