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언 베트남 3]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시즌 2)
김차장이 웃었다. 지연에 지연을 거듭해 짜증이 날 법도 한데, 그 정도는 눈감아줄 수 있다는 듯, 27년 전 모습 그대로 웃었다. 그는 반미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준비했다. 역시 준비의 김차장, 이 아니라, 그만큼 우리에게 시간이 없다는 거다. 1시 예정이었던 티오프를 1시 30분으로 늦췄는데, 그것도 빡빡해 1시 50분으로 늦췄다. 그걸 받아주는 김차장도, 골프장도 땡큐!
오늘(8월 5일)은 머리 올리는 날. 골프장에 들어서는데, 설렘에 기분 좋은 긴장감까지 더했다. 출세했다, 안기자! 낯선 환경에 조금씩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모든 게 처음이라, 골프장 예절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김차장을 따라 하기 급급했다. 아, 이래서 보스턴백과 파우치가 필요한 거구나! 뭐, 2인 카트에, 1인 1 캐디? 채 잡기 전에 먼저 정신 줄을 잡아야 했다.
워낙 늦어 몸도 풀지 못하고 첫 홀에 들어섰다. 김차장에게는 불행이지만, 나에겐 행운, 못 쳐도 할 말 생겼으니까. 어젯밤 1시간도 제대로 못 잤다는 것도 추가요! 드라이버를 몇 번 휘두르고, 기념비적인 첫 스윙을 했다. 날았다, 굿 샷이다! 남들에게는 형편없는 샷일지 모르지만, 드라이버 공포증을 앓고 있는 내게는 죽지만 않으면 나이스 샷! 기분 좋게 첫 홀 클리어!
두 번째 홀, 힘차게 드라이버를 쳤는데, 바로 죽었다. 그때 김차장이 말했다. “한 번 더 쳐. 여유 있게 해!” 베트남에선 원래 각 팀 간의 시간 간격이 크고, 지금 우리는 마지막 손님이다. 다시 쳐서 (나 홀로) 나이스 샷! 골프 어렵지 않군, 입꼬리가 올라갔다. 또 캐디가 내가 무척 젊어 보인다나 뭐라나.(이날 밤, 김사장도 같은 얘기를 들었다는 사실에 감흥은 반감됐다.)
잘 되는 것 같은데, 희한하게도, 내 캐디는 자꾸 7번 아이언만 줬다. 거리상 롱 아이언이나 우드를 써야 할 것 같은데, 7번만 주는 이유는 바로, 몇 홀 만에 그녀가 내 실력을 간파한 것. 괜히 공 죽이지 말고, 천천히 전진하라는 수호천사의 조언. 나는 ‘7’이 행운의 숫자임을 강조하며, 받아들였다. 지금, 여기, 셋이 함께 하는 것이 더 큰 행운이라는 것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