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놀이

[깜언 베트남 5]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시즌 2)

by 안효원

비에 홀딱 젖었다. 성공적(?)인 첫 번째 라운딩을 마치고, 갈증이 몹시 났다. 김차장이 물었다. “뭐 먹을래?” “비어!” “안주는?” “비어!!” 그래서 우리는 호이안에 있는 힐 스테이션이란 음식점에 갔다. 유럽 어디풍 음식점이라는데, 맥주가 맛있다고 한다. 맛있는 맥주 세 잔, 맛있는 친구 세 명! 고풍스러운 호이안 거리, 밝은 표정으로 오가는 사람들, 이게 사는 맛 아니겠나!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호이안 밤거리를 구경할 수 있는 야외 테이블이 좋았다. 하지만 우리가 굳이 실내로 자리를 옮긴 건, 김차장의 안주 폭격 때문. 안주를 얼마나 시켰는지, 큰 테이블로 가득했다. 더 오래 기다린 만큼, 골프 실력은 늘지는 않았지만, 이 자리에 대한 마음이 컸다. 어느덧 40대 중반의 아저씨들이 수다를 떠는데, 뭐가 그리 재밌는지 쉬 그치지 않았다.


“호이안 관광지 가볼래?” 아무렴요, 어디든지요. 베트남 전통 골목이라는데, 옷, 가죽 등 공예품들이 많았다. 평일 저녁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다고 한다. 조금 더 걸으니 넓은 하천이 나오고, 그 위를 수놓은 화려한 불빛들이 보였다. 알록달록, 오색찬란, 눈길을 두는 모든 곳이 예뻤다. 김사장은 다시 다짐했다. “다음엔 가족들이랑 꼭 같이 올 거야.”


수많은 불빛을 보면서, 내 심장 한구석에 새겨진 ‘불꽃놀이’란 말이 생각났다. 시골에서 농사 지면서 크고 화려한 삶을 살 수 없다. 하루 종일 논을 걷고, 수로에서 고라니 썩은 시체를 마주하며, 해도 해도 끝이 없는 풀 뽑기를 하고 산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1년에 한 번은 어디 먼 곳 진짜 좋은 곳에 갈 상상을 한다. 낮은 곳에 있다가 하늘 높이 비상하는 불꽃놀이처럼.


지금, 여기가 나의 불꽃놀이다! 더욱 신나는 건 공간이동을 하듯 가볍게 날았다는 것이다. 이번 여행을 위해서 한 건 3월에 비행기표 산 거 정도? 일정을 짜지도, 숙소를 잡지도, 환전을 하지도 않았다. 집에서 출발하기 1시간 전까지 콩밭에 약을 주다, 그렇게 떠났다. 이 글 마지막 문장을 뭘로 할까 한 시간을 고민하다,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아 쓴다. 김차장, 고마워!


골프를 치면서 알았다. 라운딩 가는 게 팔자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들의 불꽃놀이라는 것을. 남을 더 이해하고, 나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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