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 미수 사건

[깜언 베트남 6]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시즌 2)

by 안효원

지난밤 1시(한국시간 3시) 넘어 잤는데도,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다. 김사장 말대로 우리는 놀러 온 게 아니라 지옥의 전지훈련을 하러 온 것이니, 라운딩 할 짐을 먼저 쌌다. 거실에 가니 김사장이 말끔한 얼굴로 있었다. “커피 한 잔 하러 나갈까?” “좋지!” 그러게 아기 새 두 명은 어미 새의 돈뭉치를 뒤져서 한 움큼 주머니에 넣고,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카페를 찾아갔다.


다낭은 해안 도시, 조금 더 가면 분명 바다가 나오고, 근사한 카페가 있을 거 같은데, 김사장이 옷을 잡았다. “멀리 가지 말자.” 하긴 우린 여행자가 아니라 골퍼니까 컨디션 조절해야지. 김차장 숙소 옆에 있는 클럽 하우스에 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오케이?” “오케이!” 직원에게 당당하게 돈뭉치를 꺼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의 동공이 흔들리는 모습을 목격했다.


분명 돈을 많이 빼 온 것 같은데, 커피 두 잔도 마실 수 없다니! 하노이에서 ‘셀프 호텔 감금 사건’이 떠올랐다. 아무 준비 없이 왔으니, 이런 일을 겪는다. 웃으며 카드로 결제하고, 필드가 잘 보이는 야외 자리에 앉았다. 파랗고, 조용하고, 아침부터 좋다. 김차장에게 연락이 와 이곳에서 아침을 먹자고 했다. 우리의 시그니처 아침 메뉴는 맥주와 쌀국수. 직원은 또 당황.


우리가 앉은자리에서 마지막 홀이 보였다. 찰 치는 사람도 있고, 못 치는 사람도 있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속상해하는 사람도 있다. 멀리서 들여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듣기 좋다. 그래도 다 행복해 보인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찰리 채플린은 말하지 않았던가. 절도 미수 사건에 그친 오늘 아침 우리의 에피소드도 시간이 지나면 좋은 추억되겠지.


“붙었다!” 공이 핀 옆에 붙은 거 같아 외쳤다. 김차장이 말했다. “몰라, 가서 봐야 해. 멀리서 보면 붙은 것 같아도, 가까이서 보면 멀리 떨어진 경우도 많거든. 골프는 모든 방향에서 봐야 하니까.” 오, 채플린인 줄. 잠시 후 보니 그리 가까운 거 같지 않다. 멀리 떨어져 있는 것에 대해 말할 수 없다는 것. 남의 인생에 대해 말 안해 좋고, 끝이 보이지 않는 내 인생 '희망'이란 게 생겨 좋다.


이때까지만 해도 잠시 후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상상도 못했다. 마냥 좋기만 했던 시간, 하지만 몇 시간 후 나는 폭풍의 언덕을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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