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깜언 베트남 7]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시즌 2)

by 안효원

일행이 생겼다. 김차장의 지인으로 우리를 호이아나 골프장에 초대했다. 동안인 것이 좀 그랬지만, ‘나이스’한 성격이 좋아 ‘쿨’하게 ‘형님’으로 호칭 정리. 오늘은 모든 게 완벽하다. 다낭 최고의 골프장에, 일찍 도착해 잔디밭(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몸도 풀었다. 못 치면 온전히 내 잘못. 그런데 슬슬 불안하다. 영 힘이 실리지 않는다. 라운딩 전 라면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첫째 홀, 형님과 김차장은 멀찍이 날아갔고, 김사장이 죽었다. 나도 죽었다. “다시 쳐!” 김사장이 죽었다. 나도 죽었다. “긴장하지 말고!” 김사장이 죽었다. 나도 죽었다. OB티로 가며 김사장에게 말했다. “난 네가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 그런데 둘째 홀부터 김사장이 배신(?)을 하기 시작했다. 드라이버가 불을 뿜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얼굴에서 환희의 빛이 났다.


빛이 있다면 그림자도 있는 법, 나의 드라이버는 완전히 통제 불가 상태다. 태양은 더없이 밝은데, 어두운 기운이 나를 감쌌다. 셋(캐디 합쳐 여섯)이 멀리 가고, 나와 (불쌍한) 내 캐디만 모래밭을 헤맸다. 바다와 붙어있는 모래 언덕 지형을 그대로 살려, 그곳을 ‘듄’이라고 부른다는데, 내 마음은 사막에 홀로 떨어진 것처럼 황량하기만 했다. 차라리 아무도 없으면 좋겠다.


놓지 마, 정신줄! 어떻게든 맞춰야겠단 생각에 채를 짧게 잡고 쳤는데, 결과는 도긴개긴. 파사삭! 아마도 이 소리를 모두가 들은 것 같다. 영화 <헤어질 결심>의 해준의 대사가 떠올랐다.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골프채를 잡은 지 2년, 그동안 얼마나 많은 희로애락이 있었는가. 흘린 땀은 얼마고, 이번에 잘해보겠다고 틈틈이 연습하며 모기한테 뜯긴 피가 얼만가.


그래, 2년의 피와 땀은 버릴 수 있다 쳐, 붕괴의 제1 원인은 어떻게 쳐야 할 지 방법을 아예 상실했다는 것이다. 아직 15홀이나 남았는데, 무슨 수로 이 무거운 공기를 견딜 것인가. 낯설고 복잡한 미로에 갇힌 느낌이다. 나의 일행들이여 부디, 나 같은 거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즐기시길. 나는 결심했다. 아예 헤어질 수는 없지만, 돌아가면 한 달은 골프채 안 잡는 걸로!


신은 가장 위대한 예술가라고, 어쩌면 이렇게 나의 심리를 정확히 묘사한 풍경을 연출할 수 있는지. 이때는 정말이지, 이 상황이 영원히 끝날 것 같지가 않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절도 미수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