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장은 혼자 골프 치러 가는 게 미안했던지, 아내에게 여행이 아닌 지옥 훈련임을 강조했다. (그 지옥을 왜 내가 가냐고.) 교관은 우리가 골프 얘기할 때 형님으로 모시는 김차장. 그런데 두 번의 라운딩을 하면서 그는 과묵했다. 말할 게 없어서 그런가? 말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가? 만날 하는 말이 “괜찮아.”, “한 번 더 쳐!” 이런 지옥이라면 한 번 가볼 만하겠구먼.
호이아나에서 지옥 체험 후 정신을 차리니, 티샷 할 때 어떤 큰 것이 나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김차장이었다. 제일 먼저 드라이버를 치더라도, 맨 마지막인 내가 치는 것을 보고 티박스를 떴다. 그러기를 몇 번, 처음 그가 입을 뗐다. “효원은 네가 가지고 있는 힘의 10분의 3도 쓰지 못하는 거 같아. 힘 좋은 네가.” 아, 네, 두 시간 전부터 느낀 겁니다만.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김차장의 말에 처음에는 별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필드를 걸을수록, 말을 씹을수록 큰 힘이 됐다. 마치, ‘넌 아직 10분의 7의 힘이 있잖아. 앞으로 더 잘 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그냥 인사치레라고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우리는 같이 야구 등 많은 운동을 같이 했기에 믿을 수 있다. 우리,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들.
같은 시각, 김사장의 불꽃 드라이버를 보면서는 만감이 교차했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그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평생 없던 승부욕이 왜 마흔 중반에, 그것도 친구한테 느껴지는지. 그래서 처음엔 그가 먼저 쭉쭉 치고 나가는 게 부러웠다. 하지만 두 번의 라운딩을 하면서, 얼마나 사람이 지치고 약해질 수 있는지 경험하고 난 후로, 난 그를 응원하게 되었다.
김사장과 마지막 홀을 나란히 걸었다. “김사장, 난 네가 정말 잘 쳤으면 좋겠어. 오늘 드라이버 아주 멋졌어.(웃음)” 그가 답했다. “빛 좋은 개살구야. 드라이버만 잘 맞았지, 나머지는 개판이야. 너나 나나 똑같아.(웃음)” 우리의 어깨동무 웃음소리는 다낭 바닷바람 타고 멀리 퍼져갔다. 앞으로 되는 대로 말고, 억지로라도 더 자주 보자. 우리, 가깝게 더 오래 사귈 사람들.
경험이 많은 김사장의 캐디는 그가 임팩트가 좋다며 빠른 시일 안에 잘 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김차장처럼 당신도 나의 미래가 되어주시게. 기쁘게 쉬지 않고 따라가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