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어요. 즐거운 라운딩이었어요.” 18홀에 한 번, 보너스 19홀에서 또 한 번, 형님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즐거웠다고? 정말 다행이다! 나의 ‘웃으며 마무리’는 성공한 셈이니까. 근데 행여 김차장 친구니까 예의상 그런 거 아닐까? 초반 3홀은 다시 생각해도 불편하기 짝이 없고, 미안하다. 고마운 마음은 고이 넣어두고, 식사 전 정중하게 사과해야지 다짐했다.
호이아나 리조트 수영장을 낀 근사한 식당에 갔다. 맥주가 먼저 나오고 이제 때가 되었다. “저기 형님….” 빰빰빰빠밤! 용기 내어 입을 뗐는데, 한 아이 생일잔치에 온 DJ가 음악을 틀어서 말이 먹혔다. 다시 한번, “형님, 오늘 초대해주셨는데, 초반에 제가 분위기를 망친 것….” “아니에요.(웃음)”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사과할 필요 없다며, 자신이 머리 올리는 날 이야기를 했다.
골프를 시작한 지 6개월 정도 됐을 때, 그는 거래처 간부와 라운딩을 갔다. 원래 그가 갈 자리가 아닌데, 약속한 사람이 못 가게 돼 급하게 준비했다. 이런 라운딩은 보통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드라마틱하게 져주는 완급조절이 필요한데, 머리 올리는 이에겐 너무 가혹한 미션이다. 상대의 ‘자네 공이나 어서 찾게.’ 하는 눈빛에 그는 당분간 채를 잡지 않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형님은 그때 생각이 나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그리고 덧붙였다. “저는 안기자와 김사장이 부러워요. 첫 라운딩을 친구들끼리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아요. 잘 치든 못 치든 즐겁잖아요.” 이 말을 듣는데 아까 비를 맞듯 몸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한참 분위기 그윽해지는데, 애들 댄스 경연시켜놓고 ‘Sex On The Beach’ 노래 트는 건 뭐냐고.
김차장 집으로 돌아왔는데, 아무도 방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한 잔 더?” “콜!” “양주는 너무 독하니까, 내일 일정도 있고, 소주로 하자.” “그럼 내가 짬뽕 끓여 줄게.(김차장)” 그렇게 시간의 거리는 줄어들었고, 우리는 어려져 갔다. 그동안 수많은 뒤풀이를 했지만, 만취 콤보로 일이 더 꼬이기만 했지 오늘 같은 뒤풀이는 없었다. 좋아, 짬뽕도 오늘 먹은 게 최고라고, 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