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 아침, 김사장은 이미 흥건히 젖어있었다. 처음 숙소에 도착해 수영장이 있는 걸 보고 그는 노래를 불렀다. 첫날 일정을 다 소화하고 돌아와 김사장은 옷을 훌렁훌렁 벗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물속에서 자유로운 저 모습, 쳐다보고 싶지 않았다. 그는 수영복을 챙겨 오지 않았으니. “배영 보여줄까?” “아니, 잠수해줘.” 난 와인을 들고 외쳤다. “가련한 내 눈을 위하여!”
둘째 날 라운딩 전 시간이 남아, 김사장은 다시 물에 들어가려고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그때, 김차장이 수영복을 들고 왔다. “야, 이거 입어!” 다행이다. 김사장보다 내가 더 고마웠다. 생각해보니 김차장의 발걸음이 다급했던 것 같기도 하고…. 수영복을 입고 온 김차장도 바로 물속에 들어갔다. 학창 시절 앞뒤 번호였던 두 녀석이 근 30년 지난 지금도 같이 놀고 있다.
그때도 번호가 멀찍이 떨어져 있던 나는 지금도 거리를 두고 보고 있다. 어린 시절 개울에서 놀다가 물에 빠져 정신을 잃고 난 후로 물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 재밌는 풍경이 펼쳐졌다. 골프장과 수영장에서 두 사람의 입장이 완벽히 뒤바뀐 것. 필드에서 한껏 여유롭던 김차장의 몸짓이 다급해졌고, 한껏 힘이 들어갔던 김사장의 스윙은 아주 부드러운 스위밍으로 변했다.
김사장의 강의가 시작됐다. “수영은 말이다….” 친구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 직접 시범까지 보이는 그의 모습이 어찌나 신났는지. 하긴 지금 김차장의 수영에는 뭔가 더 필요하긴 하다. 밖에서 보면 좋아서 수영을 하는 건지, 살려달라고 하는 건지 구별이 잘 안 됐다. 한참 해맑은 표정으로 경청하던 김차장이 작게 한마디했다. “김사장, 그렇게 골프를 쳐라.”
골프는 김차장이, 수영은 김사장이, 그럼 난? 하도 들어오래서 상의를 벗는데, “오~” 감탄사가 들려왔다. “안기자 몸 봐. 3학년 10반 졸업생 중에 지금 원티어일 거야!” 코로나19 기간 동안 사람들이 만나면 물었다. “어떻게 살 뺐어요?” “골프요.” “골프가 살이 빠져요?” “그럼요, 빠질 때까지 치면 되죠.” 나도 골프 잘 칠 수 있을까? 그럼, 잘 칠 때까지 치면 되지요!
김사장은 내년 1월 68kg의 몸무게로 다낭을 다시 오기로 약속했다. 좋다, 그렇다면 나도 이왕 원티어 하는 거 지금 두 줄 있는 거에 하나 더 해 완벽한 왕(王)자 만들어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