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마지막 라운딩을 할 때가 되었다. ‘설익은 소고기 쌀국수’를 파는 식당에서 맥주와 쌀국수로 배를 든든히 하고 ‘라구나 랑코’를 향해 떠났다. 이곳은 다낭을 벗어나 북쪽으로 한 시간 넘게 차를 타고 갔다. 처음에는 다낭의 바다 풍경이, 나중엔 투안티엔후에의 산세가 아름답게 펼쳐졌다. 골프고 뭐고, 이 순간은 여행자가 되어 베트남의 풍경을 열심히 눈에 담아 두었다.
한 생각이 스멀스멀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떻게 치지? 오늘도 ‘웃으며 마무리’가 목표가 될 순 없잖아!’ 한참 지난 2년 동안 내 몸을 거쳐 갔던 폼들을 소환했다. 또 내가 본 유튜브 골프 레슨들을 떠올려보았다. 그런데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았다.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너무 많은 실험을 했기에, 지금 내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다 남의 옷만 같다.
그때 기사가 고속도로 요금소 직원과 언쟁(혹은 대화)을 나누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그 차에 하이패스를 달았는데, 인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로 할 일은 다 한 입장에서 누구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차가 고속도로를 타지, 고속도로가 차를 타나? 차가 물러설 수밖에 없는데, 그 방법이 요금소에서 후진이라니! 신나는 놀이기구를 타듯 엔도르핀이 몸에 돌았다.
거의 도착할 무렵 김차장이 말했다. “골프장 안에 논도 있어. 안기자, 네 홈그라운드라고 생각해.” 논이라면, 홈그라운드 맞지. 트럭에 골프채를 싣고 다니며 논에 있는 풀들 목 많이 쳤다. 또 클럽이 없으면 삽을 들고, 힘찬 스윙 후 멋진 피니쉬도 했다. 골프 스윙의 원리를 깨닫겠다고 풀 깎는 예초기를 휘두르면서도 공부했다. 망치질할 때면 어드레스를 할 때도 있었지.
로커룸에 들어가 짐을 부리고 화장실을 갔다. 일을 보고 나오는데, 마음이 평안해지는 게 생생하게 느껴졌다.(변비 아님.) 이런 마음이 들었다. ‘어차피 험한 꼴은 어제 다 당했잖아. 더 못 치기도 쉽지 않고, 똑같으면 한 번 경험했으니 괜찮을 거야.’ 바닥이 주는 이 편안함…. 준비를 마치고 나오면서 친구들에게 말했다. “왠지 느낌이 좋아!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잖아?!”
농촌에서 나고 자라 그런지 산을 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잘못 쳐도 산이, 나무가 막아주지 않을까. 일부러 그럴 건 아니지만, 잘못해도 받아주는 이들이 있어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