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깜언 베트남 13]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시즌 2)

by 안효원

여기도 드라이빙 레인지다. 이렇게 저렇게 열심히 방법을 찾고 있는데, 김차장이 찾아왔다. “내가 원래 남 골프 치는데, 말 안 하는 편인데….” (‘그래, 그런 거 같더라.’) “어차피 라운딩에서는 얘기해봐야 바뀌지도 않거든. 더 복잡하기만 하지.” (‘난 더 복잡할 거 없으니 얘기해줘.’) “팔로 치든, 몸으로 치든 상관없는데, 너는 너무 생각이 많은 거 같아.” (‘점쟁인 줄!’)


“그게 어떤 방법이든 채를 들었다가 내려치는 거니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들었다 내려쳐, 단순하게! 예전에 사회인 야구할 때 생각해 봐. 바깥쪽 낮은 볼을 중전 안타로 만든다 생각하고 냅다 휘둘러.” “어, 알았어. 해볼게.”(‘나 투수라 타석에 서본 적 얼마 없다, 이 자식아. 어쨌든 고마워.’) ‘깡!’ “굿샷, 좋아!” ‘깡!’ “힘이 실리고 있어!” ‘깡!’ “….” (‘ㅠㅠ’)


첫 번째 티샷, 김차장과 김사장은 멀리 가고, 나는 죽었다. “다시!” 단순하게 때렸다. 안 죽었다! 둘째, 셋째 샷도 안정적으로 잘 쳐서 그린 옆으로 갔고, 어프로치를 했는데 운 좋게 깃대 맞고 홀컵 주변 안착, 땡그랑 마무리, 라구나 랑코에서의 라운딩은 매우 순조롭게 출발했다. 2홀도 티샷부터 전진, 마무리까지 선방했고, 파5인 3홀에서는 더블 보기로 깔끔하게 끝냈다.


4홀로 가는데 논이 보였다. 낯선 풍경에서 낯익은 기운이 느껴진다. 지금까지 잘 해왔고, 뭔가 새로운 힘이 솟았다. 4홀 티샷, 꽤 까다로워 보였는데 생사의 기로에서 겨우 살았다. 그건 그만큼 그린과의 거리가 멀다는 것. 우드를 한 번 쳐볼까? 7번 아이언을 들고 오는 캐디에게 우드를 달라고 하니 고개를 절레절레, 그래도 가져왔으니 한 번은 쳐봐야지. “우드, 플리즈.”


단순하게 캐디 말을 들었어야 했다. 처음 치는 우드는 잔뜩 긴장해 뒤땅을 치고, 그다음 7번 아이언은 멀리 보내겠다고 힘이 들어가 논 옆에 떨어지고, 심기일전해 잘 맞은 다음 샷은 그린 앞 벙커에 떨어졌다. 이놈의 골프, 잘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좀 소박하게 가고 싶다는 건데, 그것도 참 어렵다. 4홀에서 심은 양파 씨는 무럭무럭 자라 이후 양파 풍년이 되었다.


1661423314924.jpg 단순하게 사는 게 쉬워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더 하고(갖고) 싶은 마음과 타인의 기대(평판)에서 자유로워지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어쩌면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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