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YNAMIC 15TH HOLE!

[깜언 베트남 15]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시즌 2)

by 안효원

비가 왔다. 하늘 말고, 김사장과 김차장의 얼굴에서. 나? 들에서 삽질로 단련된 농부, 가쁜 숨을 쉬거나 쉽게 땀을 흘리지 않지. 하지만 겉으로 티가 안 나서 그렇지,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파5 15홀을 앞두고 오래된 나무다리가 꺼지도록 김사장과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빡시다. 하지만 되는 대로 하다가는 아무것도 되지 않지. 이 앙물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향하여!


티샷에서 김차장은 먼저 왼쪽 페어웨이로 쭉 날아가고, 김사장이 쳤는데 오른쪽으로 죽었다. 난 그냥 죽었고. 다시 김사장이 쳤는데, 같은 방향으로 날아갔다. 그러자 캐디들이 “왼쪽, 왼쪽!”을 외치기 시작했다. 좋아, 내가 공을 못 치지 왼쪽 오른쪽을 모를까. 내 공은 아예 왼쪽으로 처박혀 죽었다. 당황하는 캐디들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왼쪽이래서, 왼쪽으로 쳤어요!”


공이 빠진 해저드 근처로 가서 김사장과 나는 같이 새롭게 출발했다. 그런데 김사장이 갑자기 자기가 농부라도 된 냥 땅을 파기 시작했다, 공은 멀리 가지 않고. 이럴 땐 옆에 아무도 없는 게 낫지. 나는 아이언으로 쭉쭉 전진! 한참 후에 돌아보니 김사장은 아직도 열심히 거기에 있었다. 멀리서도 그의 지친 표정이 선명하게 보였다. 아마 내가 어제 3홀에서 저랬을 듯. ‘힘내라, 김사장!’


하지만 내 코가 석 자. 벙커 사이 큰 나무 아래 공이 떨어졌다. 공에서 그린까지의 각이 아주 좁고, 풀스윙을 하면 헤드가 나무에 닿을 듯 가까웠다. 이상하게 차분한 마음으로, 자세를 잡고, 힘차게 착! 공은 총알처럼 나무 옆을 지나 그린 근처에 떨어졌다. 뭐지, 혼자서 감탄하게 만드는 이 샷은? ‘내가 이렇게 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희망이라는 게 또 생겨버렸다.


그린에선 일찌감치 도착한 김차장이 퍼팅 준비를 하고 있었다. 버디 찬스에서 그는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어떻게 아냐면, 그의 땀이 그린에 물을 충분히 주고 있기 때문. 어드레스를 시작하고, PGA급 긴장감이 흘렀다. 딱! 공이 또르르 굴러서 홀에 다가가는데, 그의 얼굴에 한 줄기 땀이 흘렀고, 공이 홀컵에 들어가는 순간, 땀방울이 똑! 떨어졌다. “김차장, 나이스 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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