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언 베트남 16] 나이 마흔, 남자 셋, 여행(시즌 2)
어느덧 이번 여행의 마지막 홀이다. 호이아나에서도 몇 홀 더 치고 싶었는데, 라구나 랑코에서는 이렇게 끝내기가 너무 아쉬웠다. 3일 동안 세 번의 라운딩, 최선을 다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좌절도 겪었지만 그만큼 큰 기쁨도 느꼈다. 티박스에 섰는데 주마등처럼 지난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좋아,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자. 스윙, 탁, 피융! 첫 번째 벙커에 떨어졌다.
벙커에 가보니 공이 두 개다. 김사장이 오고 있다. “내가 먼저 나갈게!” 멋지게 탈출 성공! 그런데 가보니 공이 두 개다. 김사장이 오고 있다. “따라오지 말라고!” 스윙, 탁, 피융! 두 번째 벙커에 떨어졌다. 이거, 벙커 연습 제대로 하는구먼. 또 가보니 공이 두 개다. 김사장이 오고 있다. “먼저 가라니까!” “같이 갈 거야!” 이놈의 우정은 (하찮은) 실력도 받쳐 줘야 하는구먼.
이번에 벙커에서 친 공은 그린 앞 벙커로 날아갔다. 김사장은 벙커 바로 위로 올렸는데, 다음 샷에서 공을 뒤로 굴려, 빠져나온 벙커에 다시 빠지는 신기술을 선보였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차마 대놓고 웃지는 못하고, 고개를 돌려 숨죽여 박장대소를 하고 다음 벙커로 갔다. 이게 무슨 테란의 황제 임요환도 아니고, 저글링이 몰려드는 것도 아닌데, 3연속 벙커라니.
파5홀에서 벙커에 3번 빠지는 환장의 라운딩 끝에 안기자, 김차장, 김사장은 모두 그린에 모였다. 김차장이 말했다. “마지막이니까 땡그랑 하고 끝내자!” 누가 먼저 끝냈는지는 잘 기억나진 않지만, 우린 모두 웃고 있었다. 땀범벅이 된 아저씨들이지만, 표정만큼은 구슬치기를 막 끝낸 아이들 같았다. 이렇게 2년 전 김차장이 준 골프란 숙제는 우리 모두의 축제가 되었다.
김차장, 김사장이 뭘 보면서 신나게 웃고 있다. 가까이 가자 김차장이 정리한 스코어 표를 건넸다. 보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놀랍게도, 김사장과 나는 128대 128로 무승부! 첫날 빈펄에서는 내가, 어제는 김사장이 이겨서, 최종 스코어가 1승 1무 1패. 눈물 없이도 볼 수 있고, 각본으로 쓰고 싶지도 않은 이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는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