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딩을 마치고, 맥주를 마시며, 우리가 걸어온 필드를 바라봤다.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별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대신 가슴속에 큰 공간이 하나 생긴 것 같다. 뱃속 큰 공간에서는 텅텅 비었다고 난리다. “일식, 콜?” 일식이면 어떻고, 이식이면 어떤가? 무조건, “콜!” 김차장은 친구들 온다고 다낭의 맛집을 사전 답사했고, 그중 좋은 곳으로만 우리를 데려가고 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어디서 들어본 적 있는 ‘오마카세’라는 것을 주문했다. 셰프에게 요리 선택권을 전적으로 ‘맡긴다.’는 뜻이란다. 시원하게 생맥주를 넘기고 있는데, 요리사들의 분주한 손놀림이 볼만하다. 깨끗하게 재료를 손질하고, 신중하게 생선을 가르고, 정성스레 접시에 올려놓는 손길부터 맛있었다. 요리가 오는데, 요리사, 직원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여기 와 본 놈 김차장, 먹방 잘 보는 놈 김사장, 감동 잘하는 놈 안기자는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천천히 음미하며, 얼굴로 그 맛과 감동을 표현했다. 술과 요리는 바뀌었지만, 요리를 만드는 모습과 우리를 향하는 시선은 한결같았다. 난 결국 깊은 감동을 받고야 말았다. 내가 언제 이런 대접을 받아보았는가. 내 존재가 존중받는 기분이 들 정도로, 손맛이 좋았다.
이 손맛은 어제오늘 골프장에서도 느꼈다. 보통 손맛이라고 하면 공이 잘 맞았을 때, 손에 아무 느낌 없는 걸 말하는데, 내가 그랬을 리는 없고…. 호이아나 라운딩을 마치고 신발이 다 젖었는데, 말려주는 서비스가 있단다. 그런 기계가 있는 줄 알고 ‘역시 좋은 골프장은 달라.’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직원들이 드라이기로 말리고 있었다. 누가 내 신발 저렇게 말려줬나?!
라구나 랑코에서 라운딩을 마치고, 캐디에게 함께 사진을 찍자고 했다. 그런데 “오케이!”라고 했던 그녀가 갑자기 사라졌다. ‘사진을 찍기가 싫은 건가.’ 싶었는데, 그녀는 저쪽에서 거울을 보고 머리 손질을 하고 있었다. 그냥 모자, 마스크 쓰고 찍어도 되는데, 정성스레 준비하는 그 손길이 나를 위하는 것 같아 무척 고마웠다. 아, 베트남 사람들 손맛 참 좋다! 고맙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최고의 손맛은 김차장이다. 그는 3박 4일을 철저히 준비했고, 우리는 1분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 라이프 베스트 트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