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널 위해 그런 거야

<아이리시맨>(The Irishman, 2019) ②

by 안효원
<아이리시맨>

좋은 가장, 많은 어른 남자들의 꿈이다. 나도 그렇고, 나의 아버지도 그랬으며, 프랭크(로버트 드 니로)도 그렇다. 지극히 사적이고 소박한 바람 같지만, 일단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나서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서로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인데, 어느덧 경쟁자가 되어 치고 박는다. 자식들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거나, 나의 출발선이 남보다 뒤처진다 생각되면 더욱 그렇다.


아일랜드 출신으로 별 볼일 없는 트럭 운전사 프랭크에게 우연히 러셀(조 페시)이 찾아온다. 약간의 불법이 있지만, 많은 돈을 벌게 해 준 사람이기에 프랭크는 그를 좋은 사람, 고마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알고 보니 막강한 힘의 소유자인 러셀, 프랭크는 그의 곁에서 자신의 힘이 세지는 것을 느낀다. 가족들에게 떳떳한 남편, 아버지가 될 생각에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어깨가 한껏 올라간 프랭크는 집에 돌아와 풀이 죽어 있는 어린 딸 페기를 발견한다. 동네 가게 사장이 그녀를 밀쳤다는 것이다. 때가 찼다. 이제 내 힘을 보여줘야 한다. 누가 감히 나의 딸에게 손을 대? 이제 아무도 나의 가족을 건드리지 못하게 할 것이다! 비주류로 산 오랜 세월의 분노가 폭발한 탓인지, 그는 딸과 동네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가혹한 폭력을 행사한다.


의리 있고, 성실한(?) 성격 덕분에 프랭크는 승승장구한다. 어두운 강바닥에 그가 쓰고 버린 총이 쌓일 때마다 돈이 들어왔고, 평범한 운전사 트럭 노조 위원장이 되었다. 하지만 피 비린내 나는 그에게 가족은 섣불리 다가오지 못한다. 하루는 장성한 딸에게 말한다. ‘다 널 위해서 그런 거야.’ 페기는 울면서 답한다. ‘아버지가 폭력을 쓸까 봐 두려워 힘들어도 말 못 했다.’고.


처음엔 조금 어긋난 길, 돌아갈 수도 없다. 한 손에 돈, 한 손에 명예, 화려한 조명에 비친 자기 모습이 멋있기도 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는 늙고, 홀로 있다. 밤새 열어 놓은 문, 아무도 오지 않음, 지독한 외로움은 그의 손에 죽어간 이들의 복수다. 다행인 건 모두가 외롭다는 것, 개인이 느끼는 감정은 한정돼 있다는 것, 해는 보는 이 없어도 때가 되면 지고 만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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