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록 지더라도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⓵

by 안효원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Star Wars: The Rise of Skywalker, 2019)

실로 오랜만이다. 영화를 보고 재미, 감동, 환희에 가득 찬 게. 운이 좋았다. 아내는 손님 온다고 날 내쫓아 마음 편하게 극장에 가게 했고, 한 달 전 개관한 영북면 클라우드 시네마는 아직 덜 알려져, 혼자 편하게 영화를 보게 했다. 영광의 주인공은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벅찬 마음에 좋은 리뷰로 널리 알리고자 다짐했으나, 요즘 베트남 여행기에 푹 빠져 이제야, 간단하게, 후후.


나의 최애 시리즈 <스타워즈> 9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며, 영화 재밌게 잘 찍어 내가 매우 좋아하는(신뢰하는) 감독 J.J. 에이브럼스가 연출했다. 보는 재미에 시종일관 웃었고, 깊은 감동에 끝내 흐느껴 울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1세기 요한계시록’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2천 년 전 상황을 잘 모르는 우리가 보기엔, ‘인류 최후의 전투’에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책 보다 더 좋다.


내용은 간단하다. 절대 악에 맞서, 우주에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선지자적 제다이 기사가 있고, 시험에 빠져 악의 유혹에 넘어갔던 이가 있고, 용감한 지도자가 있고,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보통의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최악, 최대의 위협 앞에서 용기를 내고, 크게 네 개의 전투에서 사력을 다해 싸운다. 주인공은 최후의 전투에 앞서 홀로,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내면의 사투를 먼저 치른다.


선한 사람은 ‘오늘’ 이길 수 없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선한 사람이 악(적)과 오늘 싸워 이기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건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불가능하다. 좋은 편은 생각할 게 많다. 내가 싸우는 게 옳은가? 상대에 대한 연민이라도 생기면, 힘이 빠진다. 반대로 나쁜 놈은 가족 버리고, 동료 버리고, 자기 영혼까지 갈아 넣어 전투력을 높인다. 살아보면 안다.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나 진다는 것을.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 영혼이 불쌍해, 진다.


강한 쪽으로 힘이 더 모이는 게 또한 세상의 이치다. 이길 확률을 보고 센 놈에게 붙어야 나중에 해를 당하지 않으니까. 억지로 끌려가도 도망치기 어렵다. 이것이 영화에서 우리 편은 만날 지고, 현실에서도 우리가 힘들게 사는 이유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오늘’의 이야기. <스타워즈>에는 포스가 있고, 세상에는 우주의 기운이 있으며, 신앙인에게는 하나님의 섭리가 있다. 그걸 믿는다면, 아직 희망이 있다.


성령(Holy spirit)이 나타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 양심자유의지, 그리고 사랑. 신의 섭리는 사람을 통해 이뤄진다. 만약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면, 뭐, 애쓸 필요 있나. 믿지 않는 사람에게 희망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 신과 인간의 조화만이 우리가 살 길이다. 위기의 순간에 양심의 부름에 응답하고, 아파도 스스로 좁은 길을 택하며, ‘나’를 넘어 이웃,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에, 우리는 이기는 내일을 꿈꾼다. 오늘 비록 지더라도.


‘... 나와 함께 하기를, 나와 ...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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