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자 골프 8] 골프의 길(도)을 찾아서
이 모든 것이 김사장의 마지막 퍼팅에 달렸다. 그가 5미터 퍼팅을 넣으면 또 동점으로 끝난다. 중국집스럽게 라운드를 마친 안기자는 물론이고, 김차장과 어제오늘 우리의 승부를 목격한 캐디도 숨죽여 보고 있다. ‘또로로’ 잘 구르던 공이 홀컵 앞에서 갑자기 멈췄다. “아!” 낮은 탄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렇게 이틀, 아니 오랜 승부는 안기자 승으로 일단락됐다.
오늘은 함께 사우나를 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내가 속초에서 제일 좋아하는 식당인 ‘송가네 오리촌’에서 닭갈비를 시켰다. 어쩌다 보니 김사장이 불판 앞에 앉았다. “야야, 자리 바꿔. 계산하시는데, 고기는 내가 구워 드려야지.” “크크크” 김차장이 웃었다. “다음엔 김차장도 같이 시합하자. 어제오늘 핸디캡 나왔으니까 다음엔 그거 반영해서 스코어 계산하면 되잖아.” “콜!”
다들 생닭갈비에 만족한 눈치다. 그래서 다음에도 오기로 했다. 다음엔 술도 먹을 테니, 판이 더 커질 테고, 악착같이 이겨야지. 물론, 나는 관리를 할 생각이다. 설악산이 훤히 보이는 카페에 앉아 30년 전 추억을 소환했다. 고등학교 내리 3년 같은 반, 같은 기억도 많고 서로 모르는 일도 많았다. 확실한 건, 우리는 폭력의 시대를 겪었지만, 지금까지 잘 살아 있다는 것.
따뜻한 햇살의 오후는 더없이 편했다. 그냥 그러고 있는 것만으로 좋았다. 하지만 어느덧 일상으로 복귀할 때가 되었고, 첫 집결지로 돌아갔다. 회사에 일이 있는 김사장은 먼저 가고, 몸이 아직 덜 회복돼 대리기사를 부른 김차장과 함께 기다렸다. “이번에 더 단순하게 치려고 했거든. 돌리고, 올리고, 내리고, 돌리고. 근데 그게 잘 안 맞네.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아.”
김차장이 답했다. “나도 그럴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냥 쳐. 생각 많이 하지 말고, 아니 공칠 때는 아무 생각하지 말고.” 생각을 많이 줄였는데,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래도 어렴풋이 무언가 보이는 것 같기는 하다. 무엇보다, 시행착오를 통해 많은 길에서 실패했으니, 그만큼 안기자 골프의 길에 가까워졌겠지. 오늘도 그냥 휘두른다. 닭갈비 먹을 날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