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타그램
마침내 이 겨울에도 그날이 찾아왔다. 하수구와 농수로 얼음이 극적으로 재회하는 순간…. 수로에 얼음이 가득 차면 집에서 나가는 물길을 막는다. 그 물이 나가지 못하고 머물면 영하 20도를 밑도는 온도에 순식간에 집 안까지 얼 것이다. 그러면 우리 집은 겨울왕국이 되고 만다.
이 수로를 쓰는 집은 우리 집밖에 없다. 결국 나 혼자 수로의 얼음을 깨고 물을 빼야 한다. 한번은 얼음을 깨는데 손이 너무 시려서 10분도 못 버티고 들어왔다. 내가 뭘 못 참는 성격이 아닌데, 수족냉증인 내게 겨울 추위는 너무 시리다. 농촌의 겨울, 다니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추우면 추울수록, 나가기 싫으면 싫을수록 나가야 하는 아이러니. 처음에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을 때 체념은 생각보다 빨리 왔다. 오전에 허리가 아파서 주사를 맞고 돌아왔다고 해도 예외는 없다. 장갑 안에 핫팩을 넣고 수로 안에 들어간다.
이건 1호 머리 감는 물, 이건 2호 샤워하는 물, 이건 부천댁 밥할 때 쓸 물, 이건 내가 설거지할 물…. 혼자 중얼대다 문득 ‘비움과 채움’을 배웠다. 비운 만큼 채울 수 있다는, 덜 채우면 비우는 수고 덜 할 수 있다는 세상 이치…. 비움도, 배움도 좋지만 어서 봄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