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ee you

촌스타그램

by 안효원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어 나가보면 수로에 얼음이 가득하다. 눈이 온 것도 아닌데 얼음이 늘어난 걸 보면, 저 깊은 곳에서 낮에 녹았던 물이 비운 곳에 몰려 다시금 언 것이다. 땅 가까운 곳에서 얼음이 녹는다는 것은 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 돌아오는 길에 꽃망울을 보았다.


아직도 새벽은 영하 14도. 그런데 그 추위 속에서 나무는 꽃을 피우고 있다. 아니, 나무는 잎을 떨구는 그 순간부터 꽃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시골에 내려온 지 16년, 눈 덮인, 바짝 마른 겨울나무를 보면서도 그 속에 꽃과 새싹이 가만히 자라고 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오로지 나 덕분이다. 볼 수 있는 것을 보지 못하는 것도 오로지 나 때문이다. 나무가 그런데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사람을 보면서 그 안에 새로운 가능성이 꿈틀대고 있음을 보려 한다. 잘 보이지 않더라도 ‘거기 있음’을 굳게 믿으려 한다.


겨울을 더 춥게 만드는 것은, 매섭게 내리는 눈이 아니라, 안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눈이다. 내 주제에 세상 모든 만물, 세상 모든 이의 꽃을 볼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다만 내 곁에서 살아 숨 쉬는 사람들, 적어도 그들 안에 있는 새싹을 보고 싶다. 나는 당신을 봅니다. I se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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