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좌

촌스타그램

by 안효원

그분을 나의 여신님으로 모시게 된 시발점이 당최 기억이 나지 않는다. 2008년 드라마 <바람의 화원>을 보며 극 중 김홍도가 신윤복을 물속에 빠뜨릴 때 나와 친구는 “문화재청에 신고해야 한다!”며 분노를 금치 못했다. 문근영 님이 활동하든 안 하든 신앙은 깊고 단단해졌다.


그분이 3월에 연극 <오펀스>로 돌아오신다. 16년 전 연극 <클로저>를 같이 보러 갔던 친구와 이번에도 동행하기로 했다. 당시 신혼 초라 소동이 있었던 친구는 개의치 않았다.(믿음이 신실한 친구다!) 문제는 티케팅! 세븐틴 콘서트 티케팅으로 단련된 딸을 옆에 앉히고 기도했다.


예매 오픈과 동시에 클릭했지만 내가 (속으로) 찜해놓은 맨 앞자리는 아예 없었고, 클릭할 때마다 ‘이선좌’ 알림이 떴다. 딸이 조심하라고 경고한 ‘이미 선택된 자리’란 말이다. 자리는 점점 뒤로 갔고, ‘결진좌’(결재가 진행 중인 좌석) 알림까지 떴다. 아, 내 손은 왜 이리 느린가?


결국 맨 뒷좌석, 맨 구석 자리 두 개를 겨우 찜했다. 행여나 이것도 빼앗길까 분주하게 결재했다. 이 모든 난리가 벌어진 건 단 1분. 문근영 님의 인기가 여전하다 스스로 위로하며 친구에게 상처 가득한 승전보를 전했다. 그런데 잠깐, 결재 금액이 내가 예상한 것과 다른데?


결제를 서두르다 사전예매 할인을 체크하지 않았다. 이선좌가 되었다면 서두를 거 없다고 딸에게 교육까지 받았는데…. “딸아, 새벽 3시 모 분에 내가 취소하면 네가 예매해라!” 딸이 답했다. “아빠 미쳤어? 그것까지 뺏겨!” 옆에 있던 아들이 말했다. “아빠, 내가 3만 원 줄게!”


머리가 멍했다. 나는 내가 그토록 부러워했던 이선좌였단 말이지, 결진좌로서 가진 자의 여유를 부릴 수도 있었단 말이다! 예전의 나라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에 한참 자책했겠지만, 이제는 곧 훌훌 털어버린다. 나의 실수를 보듬어주는 게 나를 사랑하는 법. 괜찮다, 쓰담쓰담!


Screenshot_20260129_195734_Instagram.jpg


#안효원 #촌스타그램 #아파서시골에왔습니다 #문근영 #오펀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미세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