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중년 작가 프로젝트

촌스타그램

by 안효원

1998년 이메일 주소를 처음 만들 때의 설렘이 기억난다. 딱 나 같으면 좋겠다 싶었다. 한참의 고민 끝에 찾는 jumsonyun. 점소년, 그냥 점이 많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아이디를 듣고 얼굴 한번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나는 점소년에서 점청년을 거쳐 점중년이 돼가고 있다.


고등학생 때 짝꿍이 말했다. “아침부터 짜장면 먹고 왔냐?” 뭔 소리가 싶어 “아니.”라고 답하자 그는 “너 얼굴에 짜장 *나 튀었어!”라며 깔깔댔다. 내 점의 기원인 어머니는 나에게 여러 번 말했다. “점 빼라!” 하지만 나는 어머니를 부인하는 것 같아 빼지 않았고, 어머니는 뺐다.


이번에 책을 내고 출판사 대표의 권유로 프로필 사진을 찍었다. 사진 찍는 순간도 민망했지만, 더 당혹스러운 건 결과물을 봤을 때이다. 1호가 말했다. “이건 아빠가 아니야, 절대로!” 그때 결심했다. 진실한 글을 쓰는 것처럼 얼굴도 사진을 닮게 만들어보자. 일단 점을 빼자!


오랜만에 세 번째 책을 내고 배운 게 있다. 갑작스레 ‘짠!’하고 나타나서 사랑받을 수는 없다. 매일 꾸준히 흔적을 남기고, 그게 ‘진실하다’ 평가받고,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10년 후에 나도 적당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꽃중년 작가가 돼 있지 않을까? 이제는 선크림도 바를 테다!


Screenshot_20260202_202316_Naver Blog.jpg 순덕이가 그려준 10년 후 안작가 모습. 지금보다 더 어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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