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촌스타그램

by 안효원

시카고 출신의 친구 크리스와 철원에 갈 때의 일이다. 그는 갑자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깔깔대며 웃었다. 이유를 알 수 없어 물었더니, 문제는 철원의 슬로건 ‘드라마틱(dramatic)’이었다. 놀람, 분노, 환희 등의 발연기를 시전하며, 일상은 드라마가 아니라고 했다.


프롤로 주사를 맞으며 허리 치료를 시작한 게 어느덧 한 달이 넘었다. 수십 년 동안 허리는 꾸준히 아파 왔다. 일 년에 진통제 4번을 먹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나는 호모 사피엔스가 아닌 허리 굽은 유인원에 더 가까웠다.


작년 9월부터는 진통제가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벼를 벨 때도, 들깨를 털 때도, 김장할 때도 허리가 아팠다. 앞으로 갈 길이 구만리, 할 일이 태산인데 이대로 안 되겠다 싶어서 병원을 찾았다. 의사 선생님의 정성스러운 손길에 위로가 되었다.


좀 나아지나 싶었는데 2주 전 수로에 물을 푸면서 다시 날카로운 고통이 찾아왔다. 처음 치료를 시작할 때 드라마틱한 치유를 기대했는데, 역시나 일상은 드라마가 아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련다. 내 인생, 러닝타임이 좀 긴 드라마일지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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