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은 불편해

촌스타그램

by 안효원

쥐젖이 쥐젖인지도 모를 때가 있었다. 눈 바로 아래 툭 삐져나온 게 영 꼴 보기 싫어 손으로 뜯었다. 곧바로 쥐젖의 역습이 펼쳐졌다. 점점 커지더니 가장 큰 점으로 진화했다. 이번에 점 빼기 첫째 목표가 ‘쥐젖점’ 제거였다. 눈 아래 습윤밴드를 붙이니 한대 맞은 것처럼 불편했다.


설날에 쓰려고 신권을 받아오라는 특명을 받고 은행에 갔다. 뒤에서 낯익은 하지만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가 들렸다. 한때는 잘 지냈으나 대판 싸우고 나서 서로 그림자 취급하고 있는 사람이다. 보고 싶지 않은 얼굴, 그를 쳐다보지 않으려고 앞만 바라보고 나오는 게 영 불편했다.


마흔의 사춘기를 겪기 전에 나는 불편함을 견디지 못했다. 누군가와 갈등이 생기면 화해하려 노력했고, 화해되지 않으면 이해하려 애썼다. 그렇게 봉합하고 나면 남은 것은 나를 설득하는 일이다. ‘그도 이유가 있었겠지. 내가 이해해야 해!’ 결국 그를 이해했고, 나는 상처받았다.


이제는 더 이상 이해 안 되는 사람을 이해하려 내게 상처 주지 않는다. 어차피 각자도생, 그를 위해 나를 희생할 필요 없다. 어차피 내게 관심조차 없으니…. 나는 나의 응원단장이자, 변호사가 되기로 했다. 불편한 건 불편한 대로 내버려둔다. 어차피 어른의 삶은 불편한 거니까.


살다 보면 안개 자욱한 날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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