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타그램
눈이 차곡차곡 쌓이는 동안 뒷문 밖 쓰레기도 쌓였다. 하나둘 던져놓다 보니 어느덧 내 키보다 높아졌다.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밑도는 겨울에 자주 정리할 수 없었다. 시골이라 쓰레기 배출일이 정해져 있는데 하필이면 그때마다 눈이 와 청소부 힘들게 할까 봐 집에 쌓아놨다.
쓰레기가 쌓이면 할 일을 안 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진다. 날도 좀 풀렸고, 쓰레기탑이 쓰러질 지경이라 모자와 선글라스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거대한 탑을 마주한 순간 탄성이 나왔다. 와우! 한 달 동안 만든 쓰레기가 이렇게 많다고? 아니, 한 달에 이 정도면 적은 건가??
종이는 테이프 떼고 종이대로, 플라스틱은 라벨지 떼고 플라스틱대로, 캔은 꽉꽉 밟아서 캔대로, 그리고 남은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꾹꾹…. 차곡차곡 쌓여있던 쓰레기를 차근차근 정리하니 부피가 많이 줄었다. 마음이 가벼워졌다. 테트리스라고 생각하니 3시간도 길지 않았다.
나는 쓰레기를 정리하는 내가 좋다. 그 시간에 돈을 벌 수도 있고, 공부할 수도 있고, 놀 수도 있지만, 쓰레기 정리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다. 나는 자기 쓰레기를 남에게 던지는 사람을 싫어한다. 아무리 부자라도, 똑똑해도 자기 쓰레기 안 버리는 사람은 1도 안 부럽다.
쓰레기를 잘 버리는 것, 내가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귀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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