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

촌스타그램

by 안효원

1호에 대한 기억이 많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백일 전 아이를 안아준 일이다. 해 질 무렵이면 아기는 무척 울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안아주는 것 말고는 해줄 게 없었다. 백일 전 아기라 무겁지는 않았지만, 한 시간 반을 안고 있는 건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미안했다.


2호가 생기고 엄마가 산후조리원에 갔다. 엄마가 없는 공간에서 1호는 파업을 선언했다. 자기 할 일이 고작 밥 먹고 씻는 건데, 무조건 안 한다고 했다. 너무 힘이 들어 아이에게 처음 내 얼굴의 그림자를 보여줬다. 그러자 아이는 화장실에 들어가 칫솔을 물고 나와 한 마디 했다.


“재인이 치카치카 해서 아빠 행복해?!”


1호가 어느덧 중학생이 되었다. 겨울방학 평균 기상 시간 오전 11시, 저게 어떻게 학교 가나 싶었지만, 아이는 7시 전에 일어나 학교 갈 준비를 했다. 낯선 공간에 간다는 사실이 무척 긴장된 것 같다. 창밖으로 수북이 쌓인 눈을 보고 아이는 말했다. “이게 3월이야? 12월이지!”


입학식에서 아이는 4명 중 대표가 되어 신입생 선서를 했다. 그 입에서 ‘성실’ ‘본분’ ‘엄숙’ 등의 단어가 나오는 게 웃기면서, 많이 컸다는 생각도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소감을 물었다. “6년 동안 초등학생이었는데 하루 중학생이라고 뭐가 있겠어?” 마당의 개를 보며 덧붙였다.


“순동아, 너는 학교 안 가서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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