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왈츠

촌스타그램

by 안효원

긴 겨울이었다. 책 파느라 정신없는 부모와 나가기 귀찮은 아이들의 이해가 절묘히 결합해 네 식구가 겨우 내내 집에만 있었다. 눈이 오면 밖에 나가서 놀면 좋으련만, 올해는 눈이 강추위와 꼭 함께 왔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한주 푹 쉬려는데 아버지가 호출했다. “마늘 벗기자!”


마늘은 김장 전에 심는다. 한 알 한 알 밭에 꽂아주고 톡톡, ‘추운 겨울 잘 지내라!’ 그리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거대한 이불(비닐)을 덮어준다. 그럼 농부가 할 일은 다 한 것이다. 긴 겨울 영하 20도의 추위도, 살을 에는 칼바람도, 무거운 눈도 마늘이 스스로 견뎌야 한다.


그래서 경칩(驚蟄)에 만난 마늘이 더 반갑다. 추운 겨울 이겨내고, 무거운 이불 밀어내며 쑤욱 자라있었다. 우리 동네에서는 지금 마늘이 제일 푸릇푸릇하다. 가끔 빈자리도 있지만, 그곳은 숨구멍이라 하고, 그만큼 자란 것만으로도 기특하다. 이제 물 주고, 비료 주고 쑥쑥 키워야지.


비닐을 벗기고 바로 풀 뽑기를 시작했다. 내가 대단히 부지런해서가 아니라 지금이 가장 잘 뽑히기 때문이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자란 풀들은 비도 안 맞고 바람도 덜 맞는다. 그래서 살결이 여리여리하고 뿌리도 송송 잘 뽑힌다. 풀도 비바람 맞으며 큰 놈이 질기고 크게 된다.


아버지는 풀을 뽑으며 냉이를 모으고, 어머니는 밭을 다니며 담았다. 반백 년도 넘게 산 부부는 냉이를 무쳤는데 고추장이 덜 들어갔다고 옥신각신한다. 봄볕 맞으라고 비닐을 덮었는데 저녁부터 눈이 와 소복이 쌓였다. 개구리 입에 눈 들어가겠다. 겨울과 봄이 왈츠를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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