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심 기대했다. 추천사 한 번 쓰는 줄 알았다. 나보다 더 잘 아는 이 없다. 나도 (책 두 권 낸) 작가다. 아무 말 없었다. 서운한 건 없다. 우린 결혼 8년 차, 내 아내 이야기다. 경기도 히든작가에 선정된 날, <엄마의 책장>이 도착한 날, 우리 집은 축제 분위기였다. 두 아이 엄마로 보낸 힘든 시간을 한 권의 책으로 보상받을 수는 없지만, 책을 든 아내 얼굴에 빛이 났다.
사실 다 내 덕이다. 나와 결혼해 이 시골로 오지 않았다면? 육아로 한참 지쳐있을 때 잘 위로해줘 책장에 숨지 않았다면? <엄마의 책장>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나에게는 고향이지만, 그녀에게는 친구 하나 없는 타향살이. 더욱이 힘들 때마다 “세상에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너무 힘들어하지 말자.”란 개소리를 해 아내를 더 깊은 책의 세계로 내밀었다.
사실 좀, 아니 많이 미안하다. 그때 그 소리는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큰 병으로 철이 일찍 든 나는 그녀의 눈물을 어리광이라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 보니 미숙한 건 아내가 아니라 나였다. 사람의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위로해야 하는지, 애 키우는 엄마랑 처음 살아보는 거라, 나도 몰랐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편이라고 훈계나 했으니, 지금 반성하며 살고 있다.
<엄마의 책장>은 초보 엄마 8년의 기록, 아니 그녀 일생의 기록이며, 위기의 순간에 만나 위로받은 책들의 이야기다.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글을 쓰는 것의 효과는 대단하다. 그 살아 있는 증거가 윤혜린 작가이고, 나는 그 증인이다. 나이 차이가 좀(?) 나서 별 기대 안 했는데, 3년 전부터 성숙한 아내가 나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책 많이 산다고 타박하지 않는다.
이 책을 예비 엄마, 육아 중인 엄마, 애들 다 키운 엄마에게 추천한다. 같은 맘으로 따스히 건네는 말들은 큰 힘과 위로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남편들에게도 추천한다. 나의 만행을 반면교사 삼아 아내의 상한 마음을 해체하는 짓은 하지 않기를! 육아전쟁이 펼쳐지는 가정에 평화의 씨앗이 되리라 의심치 않는다. 2019년 하루 종일 아이들 가르치고 돌아와, 밤새도록 글을 쓴 아내, 대박 나서 2020년 가계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기를!
“누군가 이곳에 앉아 쉬라며 자리를 내어 주길 바랐다. 그럴 때마다 나는 책을 펼쳤다. 육아, 살림에 지쳐 글을 읽을 만큼의 힘조차 없다고 생각했는데, 몇 줄 읽다 보면 마음이 풀렸다. 그리고 글을 썼다. 당연한 듯 그 자리에 있던 엄마에 대하여, 나의 멈춘 시간에 대하여. 이제 내가 닦아놓은 자리에 누군가 앉았으면 한다. ‘엄마라는 이름이 버거운 당신, 여기 앉으세요.’”(<엄마의 책장>(사과나무) 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