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

봄이 와서 개신난 순동이

by 안효원

지난 가을 누가 볏짚을 달라고 했다. 땅에 거름으로 써도 되고 팔아도 돈이 되지만, 달라니 줬다. 그런데 가을에 비가 자주 와서 그는 마르지 않은 볏짚을 가져가지 못했다. 볏짚이 깔려 있는 논은 녹지도 않고, 갈기도 힘들다. 좋자고 한 일인데, 안 해도 될 일을 하게 되었다.


어머니 집에 돌아오는데 순동이가 신났다. 꼬리를 방실방실 흔들고 나에게 달려들었다. 겨울에는 나를 보고도 겨우 꼬리 한번 흔들어줬던 녀석이 봄볕을 쬐고 나니 활기가 돋았다. 볏짚 때문에 얼었던 마음이 개신난 개님을 보고는 다 풀어졌다. 맞아,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집에 오는데 1호가 마당에 나와 있다. ‘d’자 끝나는 말을 중에 ‘dad’보다 ‘bed’를 더 좋아하는 잠순이가 밖에 나오다니! 나는 근심 가득한 마음으로 물었다. “너 어디 아프니?” 딸은 답했다. “아니, 봄이잖아!” 잠시 후 집안에 있던 2호도 나왔다. 봄이 되니 아이들이 다 나온다.


얼마 전, 설계사와 목수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의 어려운 과정을 함께 헤쳐 나가는 고마운 마음을 정성껏 표현했다. 얼마 후 두 남자에게서 나란히 답장이 왔다. 세상 귀여운 이모티콘이었다. 그들은 말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네요. 힘내시고 파이팅하세요!” “괜찮아, 잘될 거야!”


웃음에 장사 없다, 고 나는 믿는다.


봄이 와서 개신난 순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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