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 감자

잘 자라고 있다

by 안효원

완연한 봄이다. 꽃도 나오고, 아이도 나오고, 농부는 일할 때다. 마늘밭 옆에 감자밭을 만들었다. 한 사람이 비닐 잡고, 두 사람이 삽질해야 가장 깔끔한 땅의 삼위일체. 어릴 적 감자 구멍에 돌을 심던 2호는 어느덧 커서 응원하러 오랬더니 해맑게 인사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감자는, 구황식물이란 이름에 맞게, 매년 잘 자란다.(오늘 심은 건 아니다. 밭만 만들었다.) 창고에 가득 쌓인 감자는 우리 입보다 남의 입에 더 들어갔다. 그래서 시큰둥했는데 얼마 전부터 아이들이 감자로 만든 음식을 잘 먹는다. 새끼들 먹는 건데 허리가 아파도 이깟 삽질이야.


올해는 이랑을 좁게 해 한 이랑에 한 줄씩 심기로 했다. 아무래도 한 이랑에 두 줄씩 심는 것보다는 알이 굵어지지 않을까. 밭을 잘 갈고, 고랑을 파고, 비닐을 씌우면 밭은 화장한 듯 예뻐진다. 누구 입에 들어가든 상관없다. 일단 심으면 정성껏 키우고 수확의 기쁨을 얻게 된다.


오늘 BTS 컴백 콘서트가 광화문에서 열렸다. 2호도 나도 아미는 아니지만 봄이 오면 밭에 나가듯 자연스레 소파에 앉아 TV를 틀었다. 중학생이 된 딸과 함께 한 시간 동안 공연을 보며 수다를 떨었다. 착 달라붙어 있는 것이 두 개의 감자 같았다. 부녀 감자는 잘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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