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

가수 하림의 관객이 되어 행복한 한 사람

by 안효원

집 짓기 시작하고 첫 주말 토요일. 시간과 바람이 콘크리트를 굳게 만들고, 나는 부모님과 함께 고추밭을 만들었다. 일주일의 긴장감에 하루의 피로가 쌓여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전 가수 하림이 포천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25년 동안 날 위로한 한 사람….


어쩌다 포천에서 열리는 책 관련 행사를 준비하는 입장이 되었다. 그때 제일 신경 쓰이는 건 사람이었다. 기껏 열심히 준비했는데, 멀리서 초대 손님을 모셨는데 관객이 없으면 민망하고, 미안하고, 김이 빠진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사람 또한 날 응원하는 한 사람…. 난 가야 한다.


공연 전에 건반을 치는 하림이 보였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어?”하며 연주를 멈췄다. “책 보내드린 안효원입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청했다. 나의 스타가 나를 알아보고 손을 건네다니. 잠시 후 그는 물었다. “책은 잘 나가요? 나는 재밌어서 순식간에 다 읽었는데.”


“미세하게 나가고 있어요. 내용이 괜찮으면 반응이 제법 있을 줄 알았는데, 제가 잘못 생각한 것 같아요.” “네, 쉽지 않죠.” “그래서 앞으로 10년 보고 더 열심히 하려고요.” “네. 그래요. 잘 생각했어요. 잘될 거예요.” 그동안 노래로 위로해 주었던 그가 마음으로 응원해 주었다.


그는 아내에게 ‘반경 2km’란 별명을 얻었다. 전 세계를 자유로이 여행하며 음악을 경험한 그가 결혼 후에는 집에서 반경 2km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아내는 사기 결혼이라 한다고…. 하지만 이런 그의 일상은 이번에 포천시에서 한 ‘우리 동네 상권 이용 캠페인’과 찰떡궁합이다.


노래와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 그는 “효원 작가님”을 몇 차례 불렀다. 아, 내가 가수 하림에게 작가 소리를 듣다니! 어깨를 눌렀던 피로가 멀리 사라졌다. 그는 노래 <소풍>을 불렀다. 그 가사처럼 나에게 ‘선물 같은 하루’였다. 이 자리에 관객 한 사람이 될 수 있어 행복했다.


자리를 가리지 않고 찾아가고,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좋다. 낮은 자리에서도, 높은 자리에서도 빛나는 그가 좋다. 나도 그렇게 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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