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지 못한 다짐
3월이 되면서 세 가지 다짐을 했다. 책 판매량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밤나무 책방 & 북스테이를 기쁘게, 정성껏 짓겠다.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밭에 돌을 줍지 않겠다. 지금 내 허리가 좋지 않은 이유가 여럿 있지만 그중에 반은 수그려 돌 줍기, 무거운 돌 굴리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집 앞 밭 출몰이 잦았다. 나는 주문을 외며 눈을 질끈 감았다. 안 된다, 안 한다, 하, 그리고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이게 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그동안 비닐하우스에 고추를 심었는데 날이 뜨거워지면서 벌레가 창궐했다. 연작 피해도 있고 해서 노지에만 심기로 했다.
콩이나 들깨를 심을 때는 돌이 좀 있어도 상관이 없는데, 고추밭은, 없을 수는 없으나, 없어야 한다. 결국 나는 다시 수그려 돌 줍기, 무거운 돌 굴리기의 굴레로 다시 들어갔다. 나 이렇게 쉬운 사람이었어? 다짐한 지 한 달도 안 돼 GG선언. 괜찮아 딩딩, 아직 두 개가 더 남았으니!
고추밭을 만든다고 행복친목회 영우네 아줌마, 아저씨가 왔다. 두 사람은 비닐 잡고, 두 사람은 삽질하고, 환상의 조합이다. 얼마 전까지 돌밭이었는데 호스를 깔고 비닐을 덮으니 근사한 고추밭이 되었다. 옆에서는 북스테이 기초작업이 한창이다. 밭도, 북스테이도 풍년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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