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문

by 안효원

나는 욕을 잘 안 한다. 욕도 열정이라 나의 기력을 그리 빼고 싶지 않다. 그래도 욕하고 싶은 놈은 꼭 있다. 그러면 툭툭 묻어두었다가 그 사람의 부고를 듣고는 한 마디 할 거다. “그 새* 잘 *졌다!” 반대로 내가 그 말을 들으면 너무 슬플 거다. 그래서 나는 어린 사람에게 잘한다.


동네에 꼬마 녀석들이 몇 있다. 방과후 교사 할 때 가르쳤던 놈들이라 우리 집 근처에 와서 공을 차고 던지고, 자전거도 같이 탔다. 나는 나이를 먹는 것 같지 않은데, 희한하게, 아이들은 벌써 고등학생이 되었다. 전처럼 달라붙지는 않지만 길거리에서 보면 언제나 인사를 한다.


중학생이 된 1호는 아침에 버스 타고 간다. 처음 정류장을 간 날 차를 멈췄는데 버스 정류장 문이 스르륵 열렸다. 이게 뭐지? 지난 겨울 춥지 말라고 시에서 바람막이를 설치했다. 설마, 바람 불면 덜렁덜렁하는 비닐에 자동문을 설치한 것이야? 신기하고 놀라워 입이 떡 벌어졌다!


잠시 후 문이 열렸을 때 자동문의 비밀이 밝혀졌다. 내가 가르치고, 같이 놀던 중고생이 1호의 등장에 맞춰 문을 열어준 것이다. 문득 아이들이 내 생각을 해주는 게 고마웠다. 딸을 생각해 준 거라면 더 고맙고…. 앞으로 잘하면 “그 *끼 잘 뒤*다!” 소리는 안 들을 수 있겠다.


20260331_171244.jpg


#안효원 #농부작가 #아파서시골에왔습니다 #자동문 #웰다잉

매거진의 이전글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