볍씨야 싹 잘 틔우거라
벌써 1년 전 일이다. 볍씨 발아기의 전원은 잘못 꽂아 볍씨찜을 만들었다. 볍씨들은 통 안에서 처음에는 온천욕이다 싶어 좋았겠지만, 점점 뜨거워지는 물에 정신을 잃고 발아를 포기했다. 농부가 된 지 벌써 15년이 됐지만 아직껏 이러고 있으니…. 올해는 정신 바짝 차려야지!
오늘 볍씨를 물에 담갔다.(4월 2일) 아버지는 큰 통과 발아기를 빌려왔다. 우리 통이 작아 잘 잠기지 않는다는 핑계(?)를 댔지만 아무래도 작년의 안 좋은 기억이 남은 것 같다. 새 볍씨를 구하느라 사방팔방 전화하고,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의 일정을 긴박하게 조정해야 했으니….
볍씨는 바짝 말라 있었다. 수분이 남아 있으면 오랫동안 보관할 수 없다. 오래 가려면 몸을 가볍게 하는 것이 상책이다. 반대로 싹을 틔우려면 물을 잔뜩 줘야, 아니 물에 푹 담가야 한다. 물을 충분히 먹고 따뜻한 온도에서 기지개를 펴고 농부의 관심을 받으면 곧 싹이 튼다.
큰 통이라고 하지만 그래봐야 한 통의 볍씨. 하지만 이 볍씨들이 싹을 다 틔우면, 여린 시절 잘 견디면, 가뭄에 뿌리 깊이 내리면, 쓸려갈 것 같은 태풍과 장마를 잘 견디면,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결실을 맺게 된다. 볍씨를 담으며 바라기는 별 탈 없이 발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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