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없는 삶의 축복’

<평온의 기술>(강준만, 2018) ②

by 안효원

아내가 책(<엄마의 책장>, 윤혜린)에서 내 얘기했으니, 나도 좀 해야겠다. 연애시절, 그러니까 15년 전쯤 그녀가 물었다. ‘오빠 꿈이 뭐예요?’ 언제나 소박한 삶을 꿈꾸는 나기에, ‘좋은 사람과 결혼해 애 낳고 행복한 가정 꾸리는 거’라고 했다. 그러자 ‘오빠는 꿈이 없네요.’란 답이 돌아왔다. ‘내가 꿈이 없는 건가?’ 속이 쓰렸다. 어차피 나랑 살 거, 마음 심란하게 하기는.


“‘목표 없는 삶의 축복’. 그는 “높고, 뚜렷한 목표 때문에 성공한 사람도 많지만, 그런 목표의 노예가 된 나머지 자신의 인생을 망치는 건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도 많다. (…) 모두 다 그럴 필요는 없지만, 목표 없이 사는 삶의 축복을 누리는 사람이 많아져야 평온한 사회로 한 걸음 나아가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평온의 기술>, 226~227쪽)


일찍부터 ‘커서 뭐 될래?’란 질문을 받았다. 늘 목표를 갖고 살아야 한다는 유무언의 압박이었다. 그런데 정작 어른이 되어 보니, 장래희망대로 사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또 그게 된다고 해서 행복한 것도 아니었다. 10년 전 환자 생활을 잠시 했는데, 분주한 의사들을 보며 참 안됐다고 생각했다. 닿지도 못할 미래의 자기를 보기보다, 지금 여기 있는 ‘나’를 보는 게 어떨까.


인생의 방향성 자체를 무시하는 건 아니다. 몇 년 전 중학교에서 진로특강 요청을 받았다. 그때 ‘진로의 방향을 명사가 아닌 형용사로 잡을 것’을 이야기했다. 연예인, 유튜버 등 직업이 목표가 아니라, 선한 00, 성실한 00, 유머러스한 00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보는 선생님 표정이 00 했지만,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좋은 어른이 된다면, 무슨 직업을 갖는 게 문제일까.


저자는 묻는다. ‘‘나 아닌 나’로 사는 게 좋은가?’ 누구나, 당연히 아니라고 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주위 시선에, 내가 설정한 목표에 짓눌려 나를 남 대하듯 살고 있다. 누가 봐도 부러운 사람 되어 박수받고 살면 좋겠지만,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다. 그냥 좀 더 깊이 생각하고, 여유롭게 웃으며, 오늘의 질감을 만끽하면 족하다. 아내는 더 이상 내 꿈을 의심하지 않는다.


* 베트남에 있는 친구 KKK에게 <평온의 기술> 선물하러 간다. 목표 없는,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삶의 축복 같은 여행,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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