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다고 말해줄게

[베히라인 2] 윤혜린 작가 북콘서트 <나를 만나는 ‘독서’>

by 안효원

둘째가 흥분했다. 엄마가 있는 무대에 올라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온갖 재롱을 부렸다. 낯선 공간에서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엄마 치마 뒤에 숨는 아이였다. 그런데 어제(21일) 의정부 시냇물교회에서 열린 문화공감 베히라인 51번째 마당에서는 자기가 주인공인 양 귀염, 발랄함을 뿜어냈다. 어른들은 하하 웃으며, 앞자리에 앉은 8살 누나는 쯧쯧 쳐다봤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날 북 콘서트에는 최근 <엄마의 책장>(사과나무)을 출간한 윤혜린 작가가 초대됐다. 시작 시간이 다가올수록 내가 더 긴장됐다. 아내 책이 대박 나 집안일에 매진하고픈 나의 소망이 이뤄질 것인가, 기대 반, 걱정 반. 한두 명씩 들어오는 손님들이 예수님처럼 반가웠다. 이야기는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했다. 그때는 미처 몰랐던 것들, 이제야 알게 된 소중한 것들.


유년 시절부터 아이 엄마가 된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그려낸 <엄마의 책장>은 곧 모두의 이야기가 되었다. 손님들은 조심스레, 하지만 정성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고, 다른 이들은 경청했다. 한 사람 빼고, 우리 둘째. 준비된 쿠키가 떨어지자 ‘꽥꽥’ 소리를 냈고, 결국 아빠와 마트로 향했다. 콜라맛 젤리를 고르는 동안 난 기도했다. ‘부디 좋은 시간 되길.’


다시 교회로 들어갔을 때, 참 따뜻했다. 노란 조명도, 책 읽는 소리도, 손님들의 시선도. 윤 작가가 말하는 동안, 손님들은 같은 리듬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연못에 작은 파동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같이. 작가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그리고 사람들 천천히, 객관적으로 보았고, 그 속에서 따뜻한 속살을 발견했다고 한다.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지금 이 순간처럼.


한 손님은 지난 40여 년의 삶을 돌아봤다고 했다. 지금은 별 대화가 없는 형제들이지만, 그들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애틋한 감정이 사랑인 것 같다고. 이렇듯 <엄마의 책장>은 바쁜 일상에 치여 잊고 살았던 소중한 이들을 각자의 마음속에 소환하게 했다. 한 손님은 어린 시절, 힘들게 산 자신을 추억했다. 그때의 나에게 해줄 말 없냐고 물으니, 답했다. “잘했다고 말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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